한우는 고유의 농경·제례 문화 속에 노동력과 재산, 신분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으며, 최근엔 담백함과 균형미로 세계적 미식 재료로 인정 받고 있다. 여기서 ‘본앤브레드’는 마장동의 전통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우의 부위별 특징을 살린 디시, 해외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한우의 가치를 확장해가고 있다.
소와 소고기는 세계 각지의 문화와 역사 가운데 다양한 의미를 지녀왔다. 특히 한국인에게 한우는 일반적인 식재료를 넘어, 농업과 생활 문화 전반에 한 축을 차지해 왔다.
역사적으로 한우(한국 토종 소)는 농경 사회를 이끈 주요 노동력이자 명절과 제례를 치르기 위한 고급 음식이었으며, 농가의 재산이자 부와 신분의 상징이었다. 오늘날에도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엔 한우 선물 세트가 오가고, 식탁엔 갈비찜과 불고기가, 제사상엔 산적과 육전 등이 빠지지 않을 정도다. 이는 한우가 여전히 한국인의 식생활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식재료임을 드러낸다.
세계 어느 지역 소고기와도 차별화된 매력으로 세계의 미식을 이끌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한우
수천 년의 역사를 지나 1970~1980년대 축산업 개량 정책을 거쳐 오늘날 한우는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는 고급 식재료로 발전해 왔다. 세분화된 부위의 다양성과 담백함, 구수한 지방 향,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단맛까지 절묘한 균형을 갖춰 최근 세계 시장에서도 널리 각광 받고 있다.
한우의 전 부위를 섬세하게 다루고 각 부위별 레시피를 보유한 ‘본앤브레드’의 최상급 한우
한우 역사의 시작, 마장동
조선시대 국유 목장부터 시작해, 일제 강점기 이후 도축장과 우시장이 들어서면서 전국 각지의 소와 고기가 집결하는 곳이 된 ‘마장 축산물 시장’은 오랜 세월 한국 축산 유통의 중심지로 활약해 왔다. 그러나 ‘고기 하면 마장동’이란 인식이 자리 잡았음에도 한우의 가치를 온전히 미식의 언어로 풀어내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본앤브레드’는 한우의 경매부터 발골·숙성·조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최고의 손길로 완성한다.
1978년 마장동에서 시작된 정육 유통 업체 ‘한우 고향’은 마장동의 한우 역사를 함께해 온 1세대 기업이다. 최상급 한우를 선별해 백화점과 호텔, 미식 업장에 공급하면서 ‘좋은 한우’에 대한 근본적인 표본을 제시해 왔다. 이러한 현장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장동 2세대 ‘본앤브레드’ 정상원 대표는, ‘아버지’와도 같은 마장동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으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한우가 가진 진정한 매력을 세계와 공유하겠다는 너른 포부를 품었기 때문이다.
한우의 A to Z를 책임지다
본앤브레드는 단순히 좋은 고기를 쓰는 레스토랑을 넘어, 한우의 1부터 100까지 모든 단계를 최고의 손길로 관리한다. 먼저 업장에서 다루는 한우는 오직 최상급 암소로 한정된다. 매일 아침, 50년 경력을 지닌 베테랑 경매사가 충북 음성 공판장에 나가 직접 고른 최상급 한우만을 들여오고 있다. 이후 발골은 비프 솔루션 전담 팀이 맡고, 숙성과 정형은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책임진다.
한우의 부위별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고도의 숙성 과정
이어 주방팀 셰프들은 각 디시에 필요한 스펙과 사이즈 등 세부 조건을 내부 전문가들에게 발주하고, 정성스럽게 준비된 프리미엄 한우는 셰프의 손끝에서 부위별 특성에 맞게 조리된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한 접시는 최적의 온도와 질감으로 손님에게 전달된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일관된 시스템 덕분에 ‘본앤브레드’는 한우의 식재료적 가치와 가능성을 가장 이상적으로 제시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최소 14~24가지 부위를 활용해, 한우가 지닌 다채로운 매력을 맛볼 수 있는 ‘한우 맡김 차림’
이뿐 아니라 메뉴 하나하나에도 깊은 철학을 담아낸다. 일본식 표현인 ‘오마카세’ 대신 ‘한우 맡김 차림’이란 코스명으로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이며, 단품 메뉴는 ‘선택 차림’으로 칭한다. 이는 한우를 다루는 공간이라면, 언어부터 한국적 맥락을 담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여타의 소고기와는 차별화된 한우의 매력
세계 각지의 소고기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다. 일본 와규는 근내 지방이 지나치게 발달해 한입 만으로도 풍부하게 기름진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지방감으로 오래 즐기기엔 다소 무겁고 느끼하게 다가온다. 한편 미국산 소고기는 강한 식감과 뚜렷한 육향으로 스테이크 문화엔 적합하지만, 섬세한 맛의 변주를 즐기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
숯불의 은은한 훈연 향은 한우 고유의 고소한 기름 향과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완성한다.
이에 비해 한우는 담백함과 구수한 지방 향,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단맛까지 하나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균형미를 자랑한다. 한 마리 안에서도 수십 개의 부위가 각기 다른 질감과 풍미를 보여 주는데 얇게 썰어 불고기로, 살짝 두툼하게 썰면 직화 구이로, 신선함을 즐기려면 육회로, 또 그윽한 향을 선호하면 숯불에 굽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앤브레드의 민경환 셰프는 이를 두고 “일본산 와규가 지방의 힘으로, 미국산 소고기가 식감의 힘으로 다가온다면, 한우는 다양성과 균형의 힘으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매력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한우, 부위마다 다른 조리 언어
본앤브레드는 각 부위별로 다른 한우의 매력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 각기 다른 성질과 식감을 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조리법을 연구해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민경환 셰프는 이를 두고 “한우는 한 마리 안에 수십 개의 얼굴을 가진 고기”라고 표현한다.
6년째 ‘본앤브레드’에서 한우의 본질을 탐구하며, 각 부위별 특성을 살린 디시를 통해 한우의 식재료적 가치를 높이고 있는 민경환 셰프
먼저 ‘꾸리살(앞다리살)’은 소의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는 부위에 위치한다. 하루 종일 긴장된 상태로 쓰이는 근육이라 근섬유가 치밀하고 탄력이 강하다. 또 씹는 맛이 단단하면서도 쫄깃해 날것으로 먹었을 때 제 맛이 드러나, 본앤브레드에선 꾸리살을 육회로 선보이고 있다.
한우 꾸리살(앞다리살)의 쫄깃한 결에 캐비어의 감칠맛이 더해져 완성되는 미묘한 균형, ‘꾸리살 육회’
다음으로 ‘갈빗대’는 소의 호흡과 움직임에 따라 수축되고 이완되는 부위로, 풍부한 결합 조직과 근막이 얽혀 있다. 이것이 바로 오래 조리해도 감칠맛이 유지되고 깊은 맛을 내는 이유다. 이에 민경환 셰프는 소 힘줄(스지)의 콜라겐으로 깊은 농도를 낼 수 있는 한우 곰탕을 만들어 갈빗대의 맛을 살리고 있다.
소에서 ‘안심’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근육이라 지방이 적고 섬유가 고르게 배열돼 있다. 특히 육질이 연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과도하게 익으면 수분이 쉽게 빠져 나간다. 따라서 미디움 레어로 안심 스테이크를 구워 특유의 섬세한 결을 보여 주고 있다.
‘채끝’은 등심 끝자락에 해당하는 부위로, 비교적 활동량이 적어 부드럽지만 동시에 근내 지방이 풍부하다. 따라서 겉면은 강하게 구워 크러스트를 입히고, 내부는 미디움으로 조리해 고소한 육즙은 최대한 지키면서 부드러운 결도 섬세하게 살리고 있다. 또한 ‘갈비’는 늑골 부위를 따라 근육과 지방, 결합 조직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웰던으로 조리해, 맛과 식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부위마다 다르게 퀴숑을 적용해 한우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장해가고 있다.
끝으로 민경환 셰프가 한우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부위라고 소개한 ‘안창살’은 횡경막 아래에 위치한 특수 부위로, 긴 근섬유를 가졌고 질긴 결이 적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산 와규보다 쫄깃하면서도 미국산 소고기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지닌다. 특히 씹는 순간 퍼지는 강한 육향과 뒤로 갈수록 배어 나오는 고소한 풍미 덕택에 한우만의 매력을 또렷이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안창살 구이’는 해외 셰프들과의 협업에서도 늘 주목 받는 디시다.
이렇듯 본앤브레드에서 한우는 각 부위에 맞는 조리법과 이야기를 입은 채 최적화된 디시로 다시 태어난다. 즉 같은 부위라도 어떤 퀴숑(cuisson, 굽기 정도)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한우와 함께 밑반찬, 기물까지 한국적 맥락을 담아 한국 식문화의 깊이를 국내외 손님에게 전하고 있다.
한우로 세계와 만나는 실험의 장
본앤브레드는 각국의 셰프들과 한우의 식재료적 가치와 가능성을 더 확장하고자 다양한 콜라보를 이어오고 있다. 초창기엔 소고기를 주력으로 다루는 업장과만 협업을 시도했는데, 가장 첫 번째 상대는 이탈리아 키안티(Chianti) 지역 판차노(Panzano) 출신의 8대째 이탈리아 정육점 주인인 다리오 체키니(Dario Cecchini)였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정형 기술을 서로 배우고 공유하며, 한우의 각 부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 보고자 한 것이었다.
2022년 본앤브레드 인천(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진행된 이탈리아 다리오 체키니(Dario Cecchini)와의 컬래버레이션
다음으로 일본 도쿄의 전설적 야키니쿠 레스토랑 아카사카 라이몬(Akasaka Raimon)과의 협업에선 최상급 한우와 일본의 타레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시험해 보았다. 이어 싱가포르의 번트엔즈(Burnt Ends)와는 바비큐에 특화된 셰프가 최상급 한우 암소를 스모크했을 때의 가능성을 탐구했고, 필리핀의 토요 이토리(Toyo Eatery)와는 7천 개의 섬을 돌아다니며 지역 재료를 연구한 셰프의 시각에서 한우가 어떻게 해석될지 확인할 기회를 가졌다.
‘한우를 반드시 사용한다’는 원칙 고수
그간의 협업을 통해 본앤브레드 팀은 각국의 셰프들에게 ‘한우’를 다뤄 보게 함과 동시에, 이들의 조리 철학과 감각을 통해 한우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익힐 수 있었다. 그중 민경환 셰프는 마카오에 자리한 ‘셰프 탐스 시즌스 레스토랑(Chef Tam's Seasons)’의 탐(Tam Kwok Fung) 셰프를 언급하며, “원물을 다루는 데 탁월한 셰프님과 콜라보를 진행하며, 식재료의 대비와 균형을 배웠죠. 이를 통해 한우의 다양한 부위 역시 식감의 대비를 통해 더욱 다채롭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영감을 얻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해 샤퀴테리 등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며, 한우의 가능성을 넓혀 가고 있다.
이러한 실험 정신은 홍콩 현지에서 한우를 사용해 끓여내는 홍콩식 국수 점포인 ‘Moo-Lah(물라)’의 오픈으로도 이어졌다. 이처럼 본앤브레드는 한우를 국내의 귀한 식재료에 머물게 하지 않고, 세계인의 식탁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려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는 결국 지금껏 그래왔듯 한우를 제대로 알리려는 선구자로서 한우의 고유한 맛과 가치를 국제적 언어로 확장하는 작업이자, 세계 미식의 중심에 한우를 다시 세우려는 본앤브레드의 새로운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