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더블 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하게 된 ‘강민철 레스토랑’과 ‘기와강’의 강민철 셰프, 26년간의 요리 이후 첫 스타를 얻게 된 ‘하쿠시’의 최성훈 셰프, 부산에 새로 탄생한 영 셰프이자 1스타 레스토랑 ‘르도헤’의 김창욱 셰프가 전하는 생생한 목소리.
3월 5일, 부산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6 에디션이 공개됐다. 한국에서 미쉐린 가이드가 처음 발간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시기다. 서울 178곳, 부산 55곳을 합해 총 233곳의 레스토랑이 새롭게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며 축하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 중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총 46곳으로, 특히 올해는 신규 또는 승급 스타 레스토랑이 10곳에 달했다. 한국에서 미쉐린 가이드가 첫 에디션을 발간한 2017년에는 스타 레스토랑이 24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6곳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고, 특히 2스타 레스토랑은 3곳에서 10곳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 파인 다이닝이 더 이상 특정 도시나 몇몇 셰프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산업과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시상식 현장에서 만난 세 명의 셰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강민철 레스토랑’과 ‘기와강’의 동시 1스타 선정으로 새롭게 두 곳의 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하게 된 강민철 셰프, 26년간의 요리 이후 첫 스타를 얻은 ‘하쿠시’의 최성훈 셰프, 부산에 새로 탄생한 미쉐린 영 셰프 어워드의 주인공이자 1스타 레스토랑 ‘르도헤’의 김창욱 셰프가 전하는 생생한 목소리에는 기쁨을 넘어 한국 미식이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 보여주는 단서가 담겼다.
강민철 셰프가 선보이는 두 곳의 레스토랑, 두 개의 세계
한 도시에서 한 명의 셰프가 이끄는 두 곳의 서로 다른 레스토랑이 동시에 미쉐린 스타를 받는 일은 흔치 않다. 프렌치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강민철 레스토랑과, 한식을 기반으로 한 이노베이티브 레스토랑 기와강을 동시에 운영하는 강민철 셰프에게 이번 결과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두 레스토랑은 셰프 개인의 두 개의 요리 세계를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강민철 레스토랑의 강민철 셰프
강민철 셰프는 두 레스토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강민철 레스토랑은 제가 프랑스에서 배우고 경험한 요리, 그리고 지금도 계속 영감을 주는 요리를 자유롭게 펼치는 공간입니다. 열정과 호기심, 요리 자체의 즐거움 같은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죠.” 반면 기와강은 조금 다른 질문에서 시작된 레스토랑이다.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하나 더 연다면 결국 제 뿌리로 돌아가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한국 사람이니, 갑자기 인도 요리나 태국 요리를 할 수는 없잖아요. (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식을 기반으로 한 레스토랑이 만들어졌습니다.”
기와강의 고추장 오리 구이
그에게 두 레스토랑은 서로 다른 감정에서 출발한다. “강민철 레스토랑에 가면 저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설렙니다. 오늘은 어떤 재료가 있을까, 시장에는 어떤 재미있는 식재료가 들어왔을까, 어떤 조합으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며 주방에 들어가죠. 한편 기와강은 조금 더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해요. 요리를 하다 보니 내가 어떤 문화와 맛을 가지고 자라왔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간장게장이나 고추장 불고기, 떡갈비 같은 익숙한 한식, 그리고 잘 익은 물김치를 시원하게 꺼내 아삭하게 베어 물 때의 그 무의 질감 같은 기억을 저만의 방식으로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기와강 미쉐린 1스타를 수상한 강민철 셰프
기와강은 새롭게 1스타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이정인 헤드 소믈리에가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 2026” 수상자로 선정됐다. 강민철 셰프는 레스토랑의 일은 결코 셰프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절대 이루어질 수 없고, 모든 팀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야 고객 경험과 요리의 품질이 매번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다며 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쉐린 어워드 이후 강민철 셰프는 서울로 돌아가 두 레스토랑 팀을 한 자리에 모아 축하를 나눴다. 모든 것은 팀의 성취라는 것이 가장 큰 요지였다. “셰프의 아이디어가 있어도, 팀이 없다면 레스토랑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세 개의 미쉐린 명패를 레스토랑으로 가져와서 팀원들과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하면서 함께 축하했어요. 두 레스토랑 팀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쉽지 않은데 그날은 모두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에게 이번 수상은 결과이자 동시에 출발점이다. “우리가 해온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말 감동적인 하루였습니다.”
하쿠시 최성훈 셰프가 전하는 26년의 시간, ‘별’이 빛나다
업계 셰프들이 직접 꼽은, 올해 미쉐린 가이드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장면 중 하나는 하쿠시의 첫 미쉐린 스타였다. 하쿠시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오랜 시간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유지해왔고, 신사동에서 한남동, 다시 청담동으로 이전하며 다양한 고객과 팬층으로 운영하며 자신만의 결과 색을 지켜온 모던 일식 레스토랑이다. 코로나와 경기 변동 등 다양한 변수를 거치며 서울의 미식 지도에 기여해 온 하쿠시의 승격 소식은, 오랜 기간 그의 요리를 응원하던 동료와 고객 모두에게 큰 기쁨으로 전달됐다.
하쿠시 최성훈 셰프
최성훈 셰프에게 발표 순간의 감정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발표 순간, 지난 26년의 요리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의 기억, 일본에서 힘들게 버티던 시간들, 그리고 처음 하쿠시를 열었을 때의 순간들까지 여러 장면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최 셰프는 늘 자신에게 엄격했던 셰프였다. “늘 스스로에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요리를 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만큼은, 그 하루만큼은 ‘26년 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쿠시는 여러 번 공간을 이전했는데, 그 과정이 최성훈 셰프에게는 방향과 색을 보다 정교하게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시기에 이미 자기만의 색과 철학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셰프가 되고 자신의 레스토랑을 갖게 된 뒤에야 비로소 흰 도화지 위에 조금씩 자신의 색을 입혀가는 과정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세 번의 이전을 거치며 그는 조금씩 더 ‘나다운’ 레스토랑을 만들어왔다. 조금씩 수정하고 나아가며 변화해 온 매일의 반복 끝에, 하쿠시는 처음 오픈하던 시기와는 또 다른 성장 과정에 서 있다. “이번 스타는 그 시간의 노력과 고민이 틀리지 않았다는 대답처럼 느껴집니다.”
레스토랑 내부 (좌), 계절성을 반영한 하쿠시의 모던 가이세키 (우)
하쿠시의 요리는 ‘맛의 본능’이 있는 공간이다. “레시피를 개발할 때는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도 굉장히 많이 고려해요. 스토리텔링, 플레이팅, 식재료 구성까지 여러 요소가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입 안에서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맛입니다.” 이어 최 셰프는 요리가 가져다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지친 하루의 끝에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위로를 받는 순간’을 믿는다. 하쿠시의 요리가 누군가에게 그런 순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셰프의 일과이자, 삶이다.
어려운 외식 시장 속에서도 하쿠시가 지켜온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최 셰프는 간단한 수식으로 답한다. “저는 요리를 1+1+1이라고 표현해요. 재료를 고르는 일, 손질하는 일, 다시를 내는 일, 불의 세기를 보는 일, 간을 맞추는 일… 이런 작은 1들이 계속 쌓여 하나의 결과가 됩니다.” 그렇기에 매 순간의 결정, 작은 디테일이 각기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실제로 현재 하쿠시는 의상 디자이너이기도 한 셰프의 아내가 손길과 정성을 보탠 요소들이 가득하다. 찻잔을 받치는 천 코스터와 메뉴판까지도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는다. 이번 스타는 그래서 개인의 성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팀의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이치고 이치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의 팀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도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르도헤, 김창욱 영 셰프가 만들어낸 부산 미식의 새로운 별
2026년, 2년 만에 부산에 새로운 스타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김창욱 셰프가 이끄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르도헤가 새롭게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며 부산 미식 씬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또한 김창욱 셰프는 미쉐린 가이드 영 셰프 어워드 2026까지 동시에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김 셰프는 발표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특히 작년 한 해, 정말 열심히 전념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자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기쁜데 상을 두 가지나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죠.”
르도헤 김창욱 셰프
영 셰프 어워드는 한 셰프의 커리어에서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다. 그는 이 상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선배님들의 요리를 다시 배우고, 또 나아가 새로운 저만의 한식을 만들어 나가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르도헤의 요리는 전통 한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프렌치와 일본 요리의 기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스타일을 보여준다. 미쉐린 가이드는 이곳의 요리에 대해 전통 한식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이며, 제철 지역 식재료를 요리의 중심에 둔다고 설명한다. 르도헤는 원래 한식 다이닝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프렌치와 일본 요리를 은은하게 더한 컨템퍼러리 스타일로 발전해 김창욱 셰프의 스타일을 더욱 본격적으로 담아낸다.
김 셰프는 특히 미쉐린 스타 수상 소감으로 무대 위에서 전광식 셰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금의 요리 세계를 만들기까지는 여러 스승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 요리의 기반을 만들어준 분들은 비채나의 전광식 셰프님과 가온의 김병진 셰프님입니다. 전통 한식을 재현하고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 음식을 보는 눈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모수의 오종일 셰프님께는 ‘맛’이 무엇인지 많이 배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광식 셰프님과의 만남은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어요. 함께 할 때 솔직히 힘들기도 했지만 때로는 친형 같기도 하고 부모님처럼 의지되는 존재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들었던 말과 가르침이 제가 팀을 운영하고 재료를 탐구하는 방식, 그리고 한식을 바라보는 시선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부산의 요리 문화와 식재료를 담아낸 르도헤의 요리
르도헤의 등장은 동시에 부산이라는 도시의 미식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창욱 셰프는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강조한다. “서울에서는 궁중요리나 수도권 중심의 요리가 많잖아요. 저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음식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부산의 요리법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해서 새로운 방식의 ‘부산 음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세계에 한식이 얼마나 다양한 지역의 음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미쉐린 영 셰프 어워드에 대한 소감으로, 선배들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젊은 셰프들이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0년간의 미쉐린 가이드, 별이 말해주는 것들
미쉐린 가이드의 별은 종종 레스토랑의 성취를 상징하는 기호처럼 보인다. 하지만 셰프들에겐 단순한 평가나 등급 이상의 의미다. 누군가에게 별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 질문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오랜 시간 전념해 온 삶에 대한 인정이자 응원이기도 하다. 때로는 별이 새로운 도시의 미식 이야기를 시작하는 신호이자, 앞날을 바라보게 하는 격려가 된다. 한국 미쉐린 가이드가 10년을 맞은 지금, 별의 숫자는 분명 늘어났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주방에서의 작은 선택들, 팀과 함께 버텨온 시간들, 그리고 자신만의 요리 언어를 찾아가는 긴 여정까지 그 숫자 뒤에 있는 이야기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