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후 셰프는 제철 식재료에 프렌치 터치를 더해 새로운 감각의 미식을 개척하고 있다.
이충후 셰프는 제로컴플렉스(Zerocomplex)를 오픈 삼 년 만인 2016년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 올려 놓은 후 십 년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에 이어 반얀트리 앤 서울 클럽의 페스타 바이 충후(FESTA by Choonghu)의 총괄 셰프를 겸하는 중이다. 한국 제철 식재료에 프렌치 미식 기법과 터치를 가미해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맛볼 수 없는 감각적인 맛을 탐구하고 발견하며 자신만의 미식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충후 셰프는 한국의 제철 식재료에 프렌치 미식 기법과 터치를 가미해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맛볼 수 없는 감각적인 맛을 탐구하고 발견해 나가고 있다.
프랑스, 그리고 셰프로의 길
이충후 셰프는 군대 제대 후 요리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가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했다. 2000년대 후반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분자요리에 흥미를 갖고 있던 중 자연스럽게 누나가 살고 있던 프랑스행을 택했다. 분자요리를 배우며 기존 주방의 정형성을 깬 외적인 부분들(예를 들어 요리사복을 입지 않거나, 마치 실험실에서 요리하는 듯 보이는 모습들)에서도 새로움을 느끼긴 했지만 그보다는 현지에서 직접 맛보고 즐기는 프랑스의 다양한 식재료나 한계가 없는 조합이 더욱 인상적이었고 프렌치 퀴진의 길로 이끈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처음부터 '나는 프렌치 퀴진이나 파인 다이닝을 해야지', 이런 철학과 목표를 갖고 접근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경남 진주에서 나고 자랐는데 파리에 와서 백화점이나 시장에 가보니까 이제까지 제가 알던 식재료는 일부분이었다는 걸 느낀 거죠. 당근, 토마토가 색깔 별로 있고, 감자 모양도 다 다르고… 이 모든 것들이 신세계였고, 신기했어요. ‘좋은 식재료를 갖고 재미있는 조합을 만들어 보자’에서 시작한 거죠. ”
‘미쉘 호스탕(Michel Rostang)’에서 인턴을 시작으로, ‘르 샤토브리앙(Le Chateaubriand)’을 거쳐 ‘르 도팡(Le Dauphin)’의 오픈 멤버로 합류해 6여 년 간 경험을 쌓았다. 클래식한 파인 다이닝이었던 ‘미쉘 호스탕’과 식재료의 구성이나 조합이 다소 비정형적인 네오 비스트로의 결이 강한 ‘르 샤토브리앙’과 ‘르 샤토브리앙’의 캐주얼 와인바 ‘르 도팡’까지 파인 다이닝과 네오비스트로 등을 다채롭게 경험하면서 이충후 셰프는 어떤 장르에 더 적합한지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르 도팡’의 오픈 멤버로 참여해 레스토랑 초반의 인테리어 메뉴 구성 등 다양하게 진행 한국에 돌아와 제로컴플렉스를 오픈하게 되는 자신감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 바로 제로컴플렉스 오픈 준비를 했어요. 당시만 해도 ‘양식당’이라고 하면 원목 인테리어에 화이트 테이블보를 쓴 클래식한 느낌의 인테리어와 메뉴가 많았거든요. 프랑스에서 제가 경험한 바로는 프렌치도 발랄하고 캐주얼할 수 있거든요. 다른 관점을 가진 프렌치를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소개하려고 했죠.”
2016년, 오픈 삼 년 만에 제로컴플렉스를 미쉐린 1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은 동시에 한국 최연소 미쉐린 셰프로 자리매김한 이충후 셰프.
기존에 없던 낯선 문화를 보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도 새로운 시도며 도전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에 눈을 빛내며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제로컴플렉스는 오픈 삼 년 만인 2016년 미쉐린 가이드에 한국 최연소 셰프로서 1스타 자리에 올랐으며,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제로컴플렉스는 2013년 반포동 서래 마을, 2018년 회현동 피크닉을 거쳐 2023년 서빙고동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또한 2025년 4월부터는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에 이어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페스타 바이 충후 총괄 셰프를 맡으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제로컴플렉스는 2013년 반포동 서래마을, 2018년 회현동 피크닉을 거쳐 2023년부터 서빙고동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잘할 수 있을까’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오래 고민 하지 않고 결정했어요. 강민구 셰프님이 운영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요리 뿐 아니라 경영, 운영, 시스템 등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해준 부분에 깊이 공감했죠. 사실 셰프들은 요리가 좋아서 업장을 오픈한 것이지 경영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였고, 제로컴플렉스 말고 다른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 제철 재료로 새롭게 해석한 프렌치, 제로컴플렉스
제로컴플렉스는 정형성을 따르지 않은 식재료의 선택과 조합으로 계절과 지역의 감각을 최우선으로 끌어올린다.
제로컴플렉스는 정형성을 따르지 않은 식재료의 선택과 조합, 계절과 지역의 감각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요리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중심은 제철 식재료에 있다. 농부에게 무작위로 공수 받은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요리를 만든다. 이는 지역 농부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이다.
제로컴플렉스는 레스토랑이 많지 않은 서빙고동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롯이 제로컴플렉스의 요리를 만나기 위해 이곳까지의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원하는 건 일정한 양의 재료를 받아보는 일일텐데 특수 작물을 기르거나 대형 농장이 아닌 경우 그렇게 공급하기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현장에서 가장 맛있고 많이 나오는 것들로 알아서 보내달라고 해요. 저는 농부를 ‘땅의 셰프’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식재료에서 새로운 맛과 조합이 나온다는 건 너무 당연하잖아요. 국내외 농작물에 대한 경험이 많은 좋은 ‘땅의 셰프’가 많아야, 셰프들의 요리 역시 다양해진다고 생각해요.”
제로컴플렉스의 내부는 요리에 초점을 맞춘 듯 심플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다.
식재료가 계속해서 바뀐다는 것은 식재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식 재료에 프렌치 요리에 접목하는 아이디어와 해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요리에 대한 영감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역시 식재료의 영향이 크다.
“식재료의 변화가 그렇게 다이나믹한 편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불고기 만들 때 파가 없다고 못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아스파라거스로 대체할 수 있는 거죠. 다만 그 재료들을 어떻게 프렌치 식으로 해석하느냐는 중요한 포인트죠. 한식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데, 한식을 프렌치 재료나 기법을 사용해 바꾸는 데 그치지 않으려고 해요.”
제로컴플렉스 아뮤즈부쉬 중 하나인 브로콜리 칩에 넣은 한우 타르타르. 부드러우면서도 무게감을 잡아주는 메뉴다.
“김부각 위에 타르타르 육회를 올린 디시를 생각해보세요. 전형적인 한식이라면 김부각 위에 타르타르 육회를 올려 먹진 않겠죠? 오히려 비주얼이나 맛이 프렌치와 좀 더 가까울 거예요. 또 여기에 새콤달콤함을 표현하기 위해 고추장을 쓰지 않고 과일이나 허브 조합을 만드는 건 한식이 아니죠. 한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렌치도 아닌 제로컴플렉스만의 요리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죠.”
제철 생선과 농부에게 무작위로 공수받은 허브와 버섯을 더해 제로컴플렉스만의 시즈널 디시의 진수를 보여준다.
제철 식재료 미식을 보여주는 방향 역시 그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제철마다 바뀌는 생선 요리 위의 허브에는 아무런 양념 없이 자연 그대로의 허브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양념을 더한 무침 등으로 ‘꽉 찬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자연과 계절의 맛과 향을 가진 순수한 맛의 경험을 다르게 표현한다.
제로컴플렉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순무 타르타르. 오징어와 순무 등으로 식감을 살리는 한편, 송어알과 허브로 표현한 아름다운 미감이 인상적이다.
제로컴플렉스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로 순무와 오징어를 이용한 타르트가 있다. 과거에는 ‘시그니처 메뉴가 없는 것이 제로컴플렉스의 시그니처다’라고도 했지만, 현재는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시그니처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미식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파인 다이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다양해짐에 따라 ‘유명한 메뉴’를 원하는 손님들의 니즈에 맞추며 운영 방향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제로컴플렉스는 시그니처가 없는 것이 시그니처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손님들의 니즈에 따라 순무와 오징어 타르트 등은 시그니처 메뉴로 활용하고 있다.
다이닝 셰프가 보여주는 ‘이노베이티브 센스 다이닝’, 페스타 바이 충후
지난 4월 이충후 셰프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페스타 바이 충후 총괄 셰프를 맡은 지 1주년을 맞이했다. “페스타 바이 충후는 제로컴플렉스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제로컴플렉스와 달리 호텔 레스토랑이다 보니 손님층이 훨씬 더 다양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해석이 필요하지 않은 조금 더 직관적으로 맛을 표현하는 데 주목하고 있죠.”
다이닝 셰프로서의 관점과 호텔 레스토랑 총괄 셰프로서의 관점 역시 이러한 차이점에 있다. 페스타 바이 충후는 ‘이노베이티브 센스 다이닝(Innovative Sense Dining)’을 콘셉트로 익숙한 재료와 요리를 제철 재료를 통해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제로컴플렉스와 기본 결은 같지만 맛도 형태도 직관적이다. 갈치 요리도 그중 하나다.
호텔 레스토랑과 파인 다이닝, 이 두 가지 다른 무대를 오가는 이충후 셰프지만 ‘본질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경험이다’는 가치는 잊지 않고 있다.
“갈치 조림을 양식으로 구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서 구상한 요리인데요. 갈치 조림 재료를 스톡 끓이듯 넣고 끓여내요. 이 과정을 거치면 비스큐 소스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데 형태와 방법은 양식일 수 있지만 그 맛은 또 새로워질 수 있거든요.”
결국 ‘본질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경험이다’는 건 제로컴플렉스와 페스타 바이 충후가 지켜나가는 가치다. 건강하고 맛있는 제철 식재료를 발굴하고, 한식과 프렌치의 구분을 넘어 재료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페스타 바이 충후는 미국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의 2025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1글라스(Award of Excellence)를 수상했다. 소믈리에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면서 페어링 타이밍과 조화로움에 대해서는 함께 공유하며 그 방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프롬 팜 투 다이닝(From Farm to Dining)’ 갈라 디너에서 후제의 김종근 셰프님, 장현주 농부와 김흥배 농부님이 함께하며 농부를 직접 디너 협업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제로컴플렉스와 다른 공간임에도 이충후 셰프의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충후 셰프의 삶을 이루는 것들
이충후 셰프는 제로컴플렉스와 페스타 바이 충후를 오가는 바쁜 와중에도 국내외 셰프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 및 공간과 함께 콜라보를 진행해왔다. 특히 유니셰프 한국위원회의 ‘블루 스타 갈라’ 등을 비롯해 자선 행사에도 참여했다.
항상 새로운 맛을 위해 무언가 배우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이충후 셰프.
“협업과 행사 간 간격이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일정이 잘 맞으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어요. 요리에는 워낙 다양한 장르가 있잖아요. 저희가 모르는 부분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저나 레스토랑 입장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죠.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면 그 나라나 지역의 레스토랑을 찾아서 가능한 다양한 요리를 접해보려고 하는 것도 그 이유에요. ”
이충후 셰프가 제로컴플렉스를 오픈했을 때만 해도, 스틸을 이용한 레스토랑 인테리어와 재료만 적힌 메뉴 등은 고정 관념을 깬 새로운 시도들이었다. 이제는 다른 레스토랑에서 바이블처럼 이러한 요소들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과거에 비해 파인 다이닝 업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파인 다이닝 업계에 진입하려고 하는 후배 셰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미쉐린 가이드를 넘어, 이충후 셰프는 자신이 즐기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때 인정받는 감각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대한 경험치가 직접적으로든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든 늘었어요. 셰프라는 말도 이제는 익숙한 말이 됐잖아요? 처음 셰프를 꿈꿨을 때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즈니스를 해야 하니까’, ‘미쉐린 스타를 받고 싶으니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요. 자기가 즐기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인정 받는 게 또 있으니까요. 제가 미쉐린 1스타를 받고 현재까지 10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데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2스타, 3스타 받고 싶거든요. 미쉐린 가이드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충후 셰프는 제로컴플렉스를 중심으로 식재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넘어 미식의 새로운 미학을 찾아 가고 있다. 제한된 식재료의 한계에서 벗어나 농부를 셰프와 함께 미식을 완성하는 동반자로서 호명하는 한편, 페스타 바이 충후를 통해 맛의 영역 역시 확대하는 중이다. 한국에도, 프랑스에도 없는 제철 감각을 닮은 이충후 셰프만의 요리가 지금도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