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에 느끼는 한식의 Soul, ‘스와니예(Soigné)’

2023년 다른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얻지 못한 2스타, ‘스와니예’의 획득 비결은 무엇일까?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은 코로나 팬데믹 후 대격변을 겪었다. 국내 유일 미쉐린 3스타 한식 레스토랑이었던 ‘라연(La Yeon)’이 2스타로 강등당했고, 운영난을 겪던 ‘가온(Gaon)’은 아쉽게도 영업을 종료했다. 이렇게 힘들었던 시기에 유일하게 2스타로 승급한 모던 한식 레스토랑 ‘스와니예(Soigné)’. 바로 이곳이 전 세계 다이닝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어로 ‘자기 자신을 가꾸는, 공들인’을 뜻하는 ‘스와니예(Soigné)’는 이준 오너 셰프가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재학 시절 가졌던 별명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미국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 셰프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퍼세(Per Se)’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미쉐린 스타 이탤리언 레스토랑 ‘링컨(Lincoln)’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준 셰프의 스와니예는 한식을 기반으로 그가 몸 담았던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다양한 식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크리에이티브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스와니예 오픈형 키친은 모던 한식 공연을 예고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2015년 오픈한 스와니예는 ‘에피소드’ 형식의 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특히 시즌 출시 메뉴는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처럼 예상치 못한 주제로 대중과 고객을 놀라게 했다.

한편 2022년 레스토랑을 이전하면서부터는 한식 본연의 맛에 더 집중하는 것을 새로운 전략으로 삼았다. 한국의 전통 식이요법과 사상, 절기 등을 구체적이면서 밀도 있게 담아내려 했고, 한국의 소울(soul)을 깊이 있게 승화하려 했다. 이렇게 각각의 디시에 한국만의 에피소드를 정성스레 담아냈고, 이것이 바로 미쉐린 2스타 승격 요인의 가장 큰 무게중심이 됐다.

한국의 자연 경관인 산과 바다, 논밭의 손님맞이

스와니예는 산과 바다, 논밭을 아우르며 국내 산지의 지역색을 살린 식재료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오프닝에 나온 아뮤즈 부쉬 3종에서부터 엿볼 수 있었다.

그중 산과 바다를 주제로 한 ‘참외와 단새우’는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토종 참외를 사용했는데, 노란 껍질과 흰 과육, 젤리 같은 태좌(씨방 내 밑씨가 붙는 부위)의 식감과 독특하면서도 절묘한 단맛이 인상적이었다.

이준 셰프는 “토종 참외는 아삭한 과육과 부드러운 태좌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며 “이러한 특징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 디시에 참외 씨를 대신해 생새우를 사용했고, 레몬 그라스와 무화과 젤리 등을 더해 토종 참외 특유의 단맛을 극대화하며 남다른 해석을 드러냈다.

이준 셰프의 섬세한 감각과 깊은 의도가 보이는 ‘아뮤즈 부쉬’ 3종

바다를 상징하는 ‘제철 해산물 타르트’는 제철 청어와 쿠스쿠스, 겨자채, 홀스 래디시 크림 소스를 바삭한 김과 미역 타르틀렛 안에 올려 깊은 감칠맛과 풍성한 풍미가 돋보였다. 다음으로 논밭을 형상화한 ‘육회와 마늘’은 초가을에 거둘 수 있는 다양한 뿌리 채소를 사용했는데, 찐 가지와 튀긴 마늘, 양파로 한우 타르틀렛을 가득 채운 뒤 제철 과일 시럽을 뿌려 달콤함까지 맛볼 수 있었다.

디시에 캐릭터를 살리는 향긋한 야채의 향연

이준 셰프에게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향이 풍부한 로컬 제철 채소”라고 답할 것이다. 이렇듯 그의 요리는 깊은 향을 지니고 있고, ‘제철 채소’는 그의 요리 스타일을 표현하고 대변한다.

입안을 산뜻하게 환기하는 전채 요리 ‘피망 물회’

차가운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피망 물회’는 지역 특산물인 오이고추를 사용했다. 피망과 토마토 콩소메(consommé, 프렌치 스타일의 맑은 수프)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기는 고소한 풍미를 내는 생선살과 부드럽게 조화를 이뤘으며, 오이고추와 콜라비 식감의 어우러짐도 흥미를 자아냈다. 한편 고소함의 풍요를 부르는 잣의 등장도 은은하게 매력적이었다. 여기에 아삭한 브로콜리 줄기는 피망과 생선 사이에서 식감과 풍미의 레이어를 올려 주는 것 같았다.

‘미나리와 흰 살 생선’ 디시도 남달랐다. 향신채의 한 종류인 한국 미나리는 신선한 맛과 아삭한 식감이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이 셰프는 부드러운 흰 살 생선을 미나리즙 소스와 파슬리 오일로 맛을 내고, 그린빈과 미나리 줄기, 펜넬을 더해 아삭한 식감을 살렸다. 한입에 먹으면 상큼한 핑거라임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진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기도 했다. 

향긋한 향기와 담백 고소한 풍미의 하모니 ‘미나리와 흰 살 생선’
방풍 나물을 곁들인 1++급 ‘한우 채끝 등심’

메인 디시에서도 채소와의 하모니가 돋보였다. 1++ 등급을 사용하는 ‘한우 채끝 등심’은 오랜 시간 로스팅해 마블링이 고르게 분포돼 있었고, 부드러운 육질에 육즙 역시 풍부했다. 여기에 더해진 방풍 나물은 톡 쏘는 맛 뒤에 따라오는 단맛이 혀 끝을 기분 좋게 만족시켰다. 진한 육즙이 입안을 휘감을 때, 향긋하고 아삭한 방풍 나물이 이 모두를 감싸는 풍미의 하모니. 여기에 서리태 퓌레와 구운 더덕이 가니시로 곁들여져 강렬하면서도 균형 잡힌 한식 스테이크를 향유할 수 있었다. 

이국적인 요소와 친숙한 전통의 조화로운 만남

이준 셰프의 요리는 재치가 넘치며, 한식과 이국적인 요리를 물 흐르듯 연결 지어 또 다른 장르를 만들어낸다. 

스와니예 시그니처 디시이면서 개업 이래 지금까지 사랑 받는 ‘서래 달팽이(Seorae Escargo)’가 대표적이다. 이 셰프는 “이것은 제가 스와니예에서 만든 첫 번째 요리로, 컨템퍼러리 서울 음식의 본질을 상징합니다”라고 말했다.

변함없이 사랑 받는 스와니예 시그니처 메뉴 ‘서래 달팽이’

이 셰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프랑스 식재료인 트러플과 달팽이를 익숙한 방식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식으로 조리한 달팽이 위로 한국 가정에서 친숙한 계란찜을 올려 친밀감과 새로움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게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서래 달팽이’가 스와니예의 고전이라면 ‘나물 따야린’은 최근 가장 떠오르는 신작이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방 전통 파스타 ‘따야린(Tajarin)’은 반죽에 달걀 노른자를 많이 넣어 진한 노란색을 띠며, 풍부한 맛과 향을 낸다. 또 일반적으로 고기 육수나 세이지 버터로 조리하곤 한다.

스와니예에서 떠오르는 신예 디시, ‘나물 따야린’

이 셰프는 직접 만든 따야린 생 파스타 면에 한국의 들기름과 참나물을 더해 조화로운 풍미를 구현해냈다. 여기에 구운 마늘과 셰리 와인 비네거로 소스를 만들어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맛을 제대로 완성한 것 같았다.

끝으로 메인 디저트 ‘메밀과 양파’는 한국인의 추억 속 음식인 미숫가루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셰프는 ‘미숫가루’를 네 가지 곡물 크럼블과 보리차 젤리, 메밀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했다. 여기에 럼주에 담근 건포도와 발사믹 가나슈, 캐러멜라이징한 양파 소스를 올려 다채로운 풍미의 디저트를 표현해냈다.

미숫가루에서 얻은 영감을 형상화한 ‘메밀과 양파’

스토리가 담긴 공연, 한국의 시공간을 여행하다

스와니예는 요리로 ‘한국 서울’이 ‘세계’를 포용하고 있음을 추구하며, 한국과 세계 식문화 간의 교류, 동서양의 만남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독특한 한국 식재료가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조연으로 식탁에 오른다. 주조연에 상관없이 이들 식재료는 접시 위 요리로 손님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미식을 즐기는 이들은 그 속에서 한국 음식의 Soul(소울)을 한입에 느낄 수 있다.

이준 셰프는 스와니예에서의 한 끼가 사람들에게 스토리 있는 공연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또 음식을 통해 서울의 매력과 한식의 지혜, 그리고 한국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단락

Writer & Photographer 장카이홍(章凱閎)
Editor 전채련(Chaeryeon June)
Translator 마비스(M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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