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 전문 중식 셰프부터 미래의 조리인까지 한자리에 - 경연을 넘어 중국 음식과 한국 문화, 맛을 만드는 사람들을 연결한 이틀간의 여정
불이 오르고 웍이 움직였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음식을 완성해야 하는 참가자들의 손은 쉴 틈이 없었고, 심사위원들은 조리 과정과 완성된 접시를 세심하게 살폈다. 중식 셰프들이 조리에 몰두하는 바로 옆에서는 시민과 관광객이 경연을 지켜봤고, 경연이 끝난 뒤 같은 공간은 셰프 쿠킹쇼와 K-POP, 한복을 만나는 문화의 무대로 바뀌었다.
10월 2일부터 3일까지 서울 홍대 걷고싶은거리 R1 일대에서 열린 ‘2026 제4회 서울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The 4th Seoul International Master Chef Competition 2026)’는 중식 요리를 주제로 한 경연이자 서로 다른 세대와 음식문화를 연결하는 이틀간의 축제였다. 사단법인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KCCEA)가 주최·주관하고 서울특별시가 후원했으며, 세계 10여 개국에서 약 200명의 선수단과 관계자가 참여하는 규모로 마련됐다.
서울 홍대 걷고싶은거리 R1 일대에서 열린 ‘2026 제4회 서울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
올해 주제는 ‘맛으로 세계를 잇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부엌의 외교관을 찾아라’를 테마로 각국의 중식 셰프와 미래 조리 인재가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고 서로의 기술과 문화를 나눴다. 전문 셰프에게는 국제적인 교류의 장을, 젊은 조리인에게는 다음 무대로 나아갈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 대회가 말하는 ‘부엌의 외교’다.
요리는 사람과 문화를 잇는 언어
개막식에는 한국 중식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꼽히는 후덕죽 셰프가 축사를 전했다.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의 창립 멤버이자 총주방장으로 한국 호텔 중식의 한 축을 만들어온 그는 국내 호텔업계에서 중식 조리사로서는 처음으로 임원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요리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게 하는 아주 특별한 언어입니다.” 후덕죽 셰프는 승패를 넘어 서로의 요리를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후배들이 자신의 기술과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 어디에서든 인정받는 요리인으로 성장하기를 당부했다.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 구광신 회장도 개회사에서 대회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우리 후배 셰프들과 미래의 조리인들이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이 대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그는 대한민국과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서 모인 참가자들에게 “오늘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 무대에서 만나는 사람과 경험, 새로운 도전이 여러분의 미래에는 더욱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역시 앞으로 후배 조리인들이 세계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제 음식문화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심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교류하며 이루어진 제4회 서울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
2017년 ‘맛을 그리다’부터 이어진 교류
서울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는 올해로 네 번째다. 첫 대회는 2017년 10월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맛(味)을 그리다’를 주제로 열렸다. 전문 셰프와 학생들이 라이브와 전시 경연에 참여했고, 아시아권의 중국 음식문화를 활성화하고 국내외 조리인이 기술을 교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마산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학생들은 4인 단체 전시와 영셰프 단체 라이브 부문 특금메달에 이어 영셰프 단체부문 전체 대상을 수상했다. 첫 대회부터 현직 셰프와 미래 조리인이 같은 무대에 섰다.
2018년 제2회는 ‘맛을 담다’를 주제로 10월 23일부터 2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전문가와 영셰프의 단체전과 개인전, 라이브와 전시경연, 푸드 카빙 등 다양한 조리 기술을 평가했다. 심사위원으로는 그랜드힐튼서울 중식당 여향의 필감산 셰프, 홍보각의 여경래 셰프, 정세군 셰프, 최송산 셰프 등 한국 중식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참여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 2024년 다시 열린 제3회는 규모와 방향이 더욱 확장됐다.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부엌의 외교관을 찾아라’를 내걸고 진행됐으며, 독일, 러시아, 홍콩, 대만, 캐나다 등을 포함한 세계 약 12개국·지역에서 150여 명의 중식 마스터 셰프와 조리 관계자가 참가했다.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중식 메뉴 개발과 인재 육성, 각국 중식 요리사 간 교류가 주요 목표였고, K-POP 공연과 한복 패션쇼까지 더해지며 중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행사로 넓어졌다.
2026년, 대회가 홍대로 나온 이유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장소다. 서울 시민과 관광객, 젊은 세대와 공연문화가 매일 교차하는 홍대 걷고싶은거리로 무대를 옮기면서 중식 경연을 실내 행사장에서 도시의 일상 속으로 끌어냈다. 조리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요리에 몰두하는 옆을 시민들이 지나고, 행인도 자연스럽게 조리 과정을 지켜봤다.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대중과의 거리를 좁힌 것이다. K-FOOD × GLOBAL CHEF × K-CULTURE라는 올해의 방향도 이 공간과 잘 맞았다. 라이브와 전시경연 사이에 셰프 쿠킹쇼와 시민 시식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저녁에는 한복 패션쇼와 K-POP 무대가 펼쳐졌다.
첫날에는 개막식에 이어 본격적인 라이브 경연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재료 손질부터 조리, 소스, 최종 플레이팅까지 완성했다. 높은 온도의 웍을 빠르게 움직이는 팀부터 재료 손질과 조리, 플레이팅을 세밀하게 나눠 움직이는 팀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기술과 팀워크를 보여줬다.
둘째 날에는 젊은 조리 인재들의 경연이 더욱 두드러졌다. 오전 전시경연 준비와 심사에 이어 단체 라이브 요리경연이 100분간 진행됐고, 2인 1조 라이브와 개인전이 차례로 이어졌다. 단체전에서는 팀워크, 2인 1조에서는 역할 분담, 개인전에서는 한 명의 판단과 조리 역량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학생들에게 공개된 공간에서 심사위원과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한 시간 안에 요리를 완성하는 경험 자체가 국제 경연을 준비하는 훈련이 됐다.
모든 경연을 마친 뒤 시상이 진행됐고, 저녁에는 국내외 참가자와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폐막 만찬이 이어졌다. 이틀간 경쟁했던 참가자와 심사위원, 해외 셰프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면서 대회가 지향한 교류는 조리대 밖에서도 계속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여경옥 셰프의 심사 장면
한국 중식의 대가부터 해외 전문가까지
심사위원장은 여경옥 셰프가 맡았다.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오랜 시간 수석 셰프로 근무하고 이후 롯데호텔 중식 부문 전문임원과 중식총괄책임을 맡은 그는 한국 호텔 중식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광둥요리를 중심으로 베이징·쓰촨·상하이 등 여러 지역의 조리법을 익혔으며, 오랜 현장 경험과 국제 요리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세대의 기술을 평가했다.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요리를 설명 중인 경연 참가자들
전문가 심사위원단에는 협회 고문 이송학, 홍콩에서 활동한 미쉐린 1스타 경력의 To Kowkwai(杜國威), 중식 대가 Chan Kwok Keung(陳國強), CieCAS(혁신·창업 조리예술 및 서비스 센터/enter of Innovative and Entrepreneurial Culinary Arts & Services) 회장 Sacha Stöcklin, 대만의 Wu Lieh Ching(吳烈慶), 중식조리기능장 최병욱, 대한민국 한식 명장 신창식, 중국 요리대사 You Xue Jun(由学军)이 참여했다. 서로 다른 국가와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참가자의 기술과 완성도를 함께 평가했다.
학생 및 개인전 심사에는 혜전대학교 양동휘 교수와 이명철 교수, 오산대학교 양정은, 서울문화예술대학교 김부영, 양동조리고등학교 이태진 부장교사와 김호중 호텔조리과 교사 등 교육 현장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현업 셰프와 교육자가 함께 심사에 나서면서 학생과 청년 조리인의 성장이라는 대회의 또 다른 목적도 반영됐다.
경연에 임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라이브 경연과 전시경연, 서로 다른 두 개의 시험
라이브 요리경연은 참가자가 정해진 시간 안에 음식을 만드는 전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식재료 손질부터 조리 순서, 시간 관리, 팀의 동선, 플레이팅까지 총체적인 역량이 드러난다. 완성된 맛과 형태뿐 아니라 압박 속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자신의 기술을 구현하는지도 중요하다.
전시경연에서는 완성된 요리를 통해 조리기술과 창의성, 시각적인 표현과 전체적인 완성도를 평가했다. 라이브 경연이 속도와 판단, 현장 대응력을 보여준다면 전시경연에서는 한 요리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성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완성했는지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 두 방식을 함께 운영하면서 대회는 조리인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했다.
참가자들의 출품 요리.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 참가자들의 기량이 돋보인다.
제품보다 ‘맛의 교류’를 말한 신호그룹
메인 협찬사 신호(欣和食品)는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 식품 브랜드와 한국 셰프의 교류를 강조했다. 신호그룹 강군무 총경리는 이틀 동안 참가자들이 신호 제품을 활용해 자신만의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뒤,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홍보보다 실제 주방에서 선택되고 사용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호는 2년 전 제3회 대회부터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와 협력하며 미달미, 총반려, 황비홍 등을 한국에 소개했다. 강군무 총경리는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지는 얼마나 많이 홍보했느냐보다 소비자의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느냐에 달려 있다”며 “주방에서는 결국 맛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신호 제품은 세계 8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진출해 있으며 매일 4천만 가구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중국의 공식 파트너이기도 하다. 강 총경리는 중국의 맛을 해외에 그대로 옮기기보다 현지의 식재료와 식습관,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맛과 셰프의 창의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은 국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맛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 주는 사람은 바로 셰프입니다.”
이 같은 방향은 청년 셰프 교류로 이어진다. 신호가 진행하는 제2회 ‘일미당선(一味当鲜)’ 미달미 청년 셰프 대회에서는 만 35세 미만 한국 청년 중식 셰프 3명을 선발해 2027년 중국에서 현지 청년 셰프들과 교류하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체 라이브·전문가 부문 대상은 몽중헌이 차지했다
대상은 몽중헌, 세대와 현장을 아우른 수상자들
이틀간의 경연을 마친 뒤 대상과 특금상, 금상을 비롯해 서울특별시장상,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상, 김영배 국회의원상 등이 발표됐다. 단체 라이브·전문가 부문 대상은 몽중헌이 차지했다. 이현우, 정유진, 노동후, 김강기, 이민수로 구성된 팀이다.
개인 라이브·전문가 특금상에는 차이향의 허천용, 차이나쿡의 신현호, 하오옌의 김명준을 비롯해 심호식, 김희용, 임호용, 이영제, 김수언, 김지훈, 최규현, 이정식, 나종원, 배솔희가 이름을 올렸다. 2인 1조 라이브 특금상은 양동고등학교 임동기·권구안과 엄유민·김강민에게 돌아갔다. 전문가 단체 라이브에서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더 그레이트 홍연’, 타이베이시 요식업 직업노동조합, 레스케이프 호텔의 ‘담화’, 한식포럼의 ‘미담찬’이 특금상을 받았다.
학생부에서는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외교명-SCAU’와 혜전대학교 ‘삼남자 김한비’가 단체 라이브 특금상을 받았고, 혜전대학교 팀은 단체 전시 학생부 특금상을 수상했다. 특히 김가영, 김부영, 김병진, 송명산, 정미정으로 구성된 외교명-SCAU는 특금상과 서울특별시장상을 동시에 받았다.
혜전대학교 ‘彗田大學中食’과 양동고등학교의 권혁찬·유현동, 김윤홍·홍정우, 신경성·김태현, 민채원·김자목은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상을 받았다. ‘삼남자 김한비’, ‘彗田大學中食’, ‘내 컴퓨터가 망가졌어’, 임동기·권구안, 엄유민·김강민에게는 김영배 국회의원상이 돌아갔다.
시상에 함께한 강군무 총경리는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제품은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맛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 주는 사람은 바로 셰프이며, 내년에는 중국에서 여러분을 다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경연의 결과를 다시 국제 교류와 성장의 기회로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이틀간 이어진 제4회 서울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 현장
맛으로 세계를 잇다
10월 3일 폐막만찬에서 구광신 회장은 이번 대회의 의미를 다시 ‘순위’보다 ‘만남’에 두었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동시에 수상하지 못한 참가자들에게도 이틀간 보여준 도전과 열정 자체가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 협회가 만들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순위를 정하는 대회가 아니라 선배와 후배, 서로 다른 나라의 셰프, 학생과 현장의 전문가가 한자리에서 기술과 문화를 배우는 무대였다.
“저는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구 회장은 이번에 맺은 인연이 이어지고 대한민국과 세계 여러 나라가 음식을 통해 더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 찾은 셰프와 관계자의 참여가 대회를 국제적인 음식문화 교류의 장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는 앞으로도 한국중식 명장·명인 인증, 지자체 지역축제 연계, 글로벌 미식 프로그램을 통한 국제협업, 후원 기업과의 레시피 개발·시연·견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연과 교육, 산업, 국제 교류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후덕죽 셰프가 말했듯 요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게 하는 언어다. 구광신 회장이 강조한 사람과 경험은 다음 도전을 위한 자산이 되고, 강군무 총경리의 말처럼 국경을 넘어 맛을 연결하는 역할은 결국 셰프에게 돌아간다. 서로의 요리를 맛보고, 젊은 셰프가 대가의 평가를 받은 뒤 다시 해외 무대를 준비하고, 홍대를 지나던 시민이 새로운 음식 앞에 발걸음을 멈춘다. 제4회 서울국제마스터셰프요리대회가 말한 ‘맛으로 세계를 잇다’는 바로 그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