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미쟝센, 이승준 셰프와 나윤정 대표의 윌로뜨

윌로뜨는 '자연주의 프렌치' 철학을 기반으로 요리 안에 다양한 요소를 더해 미식의 미쟝센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장센(Mise-en-Scène)’은 하나의 장면 안에 배우의 배치, 역할, 무대 장치와 조명 등 요소를 표현하는 말로, 영화의 예술성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윌로뜨는 2016년 문을 연 후 지난 10년간 한국 제철 식재료와 프렌치 기법을 결합한 ‘자연주의 프렌치’ 철학을 전하며, 요리라는 흐름 안에 조명과 음악, 향과 온도, 식기의 질감, 서버의 움직임까지 담아내며 미식의 미쟝센을 만들어왔다. 이승준 셰프와 나윤정 대표는 부부이자 윌로뜨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파트너로서 함께 하고 있다. 

‘자연주의 프렌치’의 이정표, 윌로뜨

윌로뜨는 2016년 서촌에서 시작해 청담을 거쳐, 2025년부터 한남동 카펠라 레지던스 서울 클럽으로 옮긴 후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제철 식재료에 담긴 한국의 시간과 풍경을 프렌치라는 요리 기법 안에서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표현한다는 평을 받으며, ‘자연주의 프렌치’의 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6년 서촌에서 시작해, 10주년을 맞은 윌로뜨는 현재 한남동 카펠라 레지던스 서울 클럽에서 자연주의 프렌치의 새로운 장면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한국으로 돌아와 서촌에서 윌로뜨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연주의 프렌치에 대한 현대적으로 해석한 자연주의 프렌치는 아직 낯선 개념이었어요. 도라지나 당귀, 마 같은 한국 전통 식재료를 프렌치 안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던 거죠. 그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통 프렌치의 뿌리와 구조를 지키면서도 한국 식재료에 담긴 계절, 공기, 감각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그래서 윌로뜨는 매 시즌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요리를 반복하기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려 노력했고, 그렇게 탄생한 요리도 어느덧 700여 가지가 넘습니다. 익숙한 식재료 속에서도 늘 새로운 미식의 경험을 발견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윌로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윌로뜨가 추구하는 ‘자연주의 프렌치’는 정통 프렌치의 뿌리와 구조를 지키면서, 한국 식재료에 담긴 계절, 공기, 감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승준 셰프는 대학에서 토목 공학을 전공한 후 CAD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다소 늦은 나이에 프랑스로 넘어가 요리에 입문한 후 와인과 떼루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프렌치의 문화적 배경과 뿌리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교(IUVV)에서 와인과 문화 교육(VIN & Œnologie) 과정을 거친 후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스테판 데호보(Stephane Derbord). 프랑스 역사적 문화유산에 자리한 바리에르 르 푸케 파리(Hôtel Barrière Le Fouquet's Paris)를 비롯한 프랑스 현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아온 이승준 셰프와, 프랑스 유학 전 한국에서 연극배우이자 안무가로 활동한 뒤 프랑스 대학에서 미술과 연극을 전공한 나윤정 대표는 각자의 예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윌로뜨만의 정체성을 완성해 왔다. 두 사람은 요리와 공간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바라본다.  

두 사람은 요리와  레스토랑 공간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연극 무대, 프로젝트 전시를 연상케 하는 내러티브와 미쟝센으로 윌로뜨만의 자연주의 프렌치를 재해석했다.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요리의 테마에서 시작해 요리와 맞는 작가들을 직접 섭외해 작품을 전시하고, 마치 도슨트에게 작품 설명을 듣듯 요리와 작품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프렌치를 소개하고 있다.

요리와 공간이 하나의 예술로 이어지는 윌로뜨, 크리스티앙 리에그(Christian Liaigre)의 절제된 디자인과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의 큐레이션이 어우러져,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나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다이닝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었다기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채워가는 관계였어요. 이승준 셰프는 요리를, 저는 요리를 어떻게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했죠. 단순히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를 말하는 게 전부인 식사가 아니라, 미식 경험이 어떻게 사람의 감각과 기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할지 노력하고 있어요.”

이승준 셰프와 나윤정 대표는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크롱 대통령 부부 디너 만찬을 준비하기도 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레시피와 자연, 미식, 예술이 교차하는 순간을 만들며, 윌로뜨의 미식 철학과 경험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 보여준 코스 요리는 한국의 봄날을 그대로 표현한 색감과 향부터 횡성, 부여, 제주 등 각 지역 제철 식재료들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대통령 초청 만찬 당시의 이승준 셰프. 이승준 셰프와 나윤정 대표, 윌로뜨 팀원들은 한국의 계절을 프렌치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모든 과정에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였다.

“프랑스에서 약 16년의 시간을 보내며 프렌치를 배웠고, 과거 사르코지 대통령 당시 총리 비공식 만찬을 담당했던 유일한 한국인 셰프로서 기억이 있다 보니 20년 만에 다시, 그것도 한국에서 프랑스 대통령 부부를 위한 국빈 만찬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깊은 의미였어요. 이번 만찬은 각 요리가 독립적인 인상과 의미를 가지면서도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지 집중했습니다. 무엇보다 횡성, 부여, 제주 등 각 지역이 가진 공기와 향을 드러내려고 했고요.”

“이번 만찬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아뮤즈 부쉬는 감태 타르타르 위에 카펠리니 면을 하나씩 직접 겹쳐 올려 자연스러운 굴곡과 흐름을 만들었는데, 마치 봄의 새싹이 땅을 뚫고 천천히 피어오르는 움직임을, 우리나라 수묵화에서 먹으로 한 획을 그려내듯 유연하고 절제된 흐름으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감태가 가진 한국 바다의 향과 섬세한 염도, 그리고 카펠리니의 결을 통해 한국 자연이 가진 부드러운 시작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앙트레였던 숭어 세비체는 한국적인 발효의 감각을 가장 섬세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요리였는데 동치미의 맑은 산미와 발효의 결로 숭어의 질감을 정리했고, 플레이팅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물 위에 번지는 봄의 색감처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수묵화를 보는 듯 한국적인 정서와 여백을 담아낸 윌로뜨의 플레이팅. 

“메인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는 프렌치의 구조 안에 한국적인 정서와 여백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어요. 우리의 대표적인 발효 문화인 장과 고대 구이 문화인 맥적에서 영감을 얻었죠. 본래 맥적은 돼지고기를 장에 재워 구워 먹던 음식이지만, 이번 만찬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식재료인 한우를 사용해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플레이팅에는 한국의 자연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반달을 닮은 더덕 퓌레와 두릅으로 표현한 나무를 통해, 고요한 밤하늘 아래 펼쳐진 한국의 풍경을 하나의 접시 위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디저트는 한국적인 기억을 가장 부드럽게 남기는 장면을 위해 식혜의 엿기름이 가진 은은한 곡물의 발효감과 단맛을 프랑스 전통 디저트 바슈랭 안으로 연결해 두 문화가 하나의 감각처럼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미식을 하나의 미쟝센으로 완성하는 윌로뜨

이승준 셰프는 프렌치의 문화적 배경과 뿌리를 공부하기 위해 와인 공부에서 출발해, 다수의 미슐랭 레스토랑과 프랑스의 역사적 문화유산에 자리한 바리에르 르 푸케 파리(Hôtel Barrière Le Fouquet's Paris) 등을 거치며 정통 프렌치의 정수를 익혔다.

이러한 의도는 자칫 화려하고 과장된 비주얼과 연출로 보일 위험도 있다. 그러나 윌로뜨에서의 미식 경험은 무엇 하나가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자연스럽다.

“소스의 농도, 익힘의 정도, 온도의 흐름 등 프렌치 코스의 기본 구조는 가져가되, 그 안에 한국 식재료가 가진 향과 질감이 무리 없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율하는 데 중심을 뒀어요. 플레이팅에서도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요리를 음미하는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물러 하나의 그림처럼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봐요.”

윌로뜨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프티푸르’는 생 텍 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디시 안에 그대로 재현했다. 소설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오브제와 연출이 인상적이다. 

‘Creative : 창의적인 사람들 — 요리가 그림이 되는 순간’이라는 테마는 윌로뜨의 요리가 예술 작품을 만나 어떻게 문화적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예다. 고흐, 나혜석 등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디시들은 작품의 색감과 이미지를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인생과 작품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요리와 공간에 함께 담아냈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디시로, ‘작고 낡은 조각배 두 척’, ‘호숫가 뒤로 보이는 유난히 키가 큰 나무’ 등의 내용을 시적 상상력을 더해 완성했다.  

“저희는 예술가의 작품을 테마로 할 때, 역사적 배경, 작가의 삶과 생활 예를 들면 고향 음식…이런 것까지 조사해요.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는 건 기본이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기도 하고요.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감각들을 꺼내보고 싶었어요. 나혜석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로서, 시대보다 앞서 자신의 삶을 살던 한 여성의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죠. 그래서 ‘꿈꾸는 파랑새’라는 설치 작업을 천장에 연출해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직접 파랑새를 날려 보내는 듯한 제스추어를 통해 요리와 공간을 잇는 체험을 만들어봤어요.”

나혜석 테마 공간에 설치된 ‘꿈꾸는 파랑새’.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직접 파랑새를 날려 보내는 듯한 제스추어를 통해 요리와 공간을 잇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족의 기억을 요리로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1년간의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생전 아픈 딸을 위해 직접 담가주셨던 오십초를 바탕으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하나의 요리로 풀어냈다. 오십초는 계절마다 채취한 약초와 산과 들의 과일 50여 가지를 정성껏 손질해 담근 뒤, 5년간 땅속에서 숙성하고 다시 2년간 발효를 거쳐 완성되는 식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이어진 1년의 시간을 사계절 네 개의 테마로 나누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스물한 가지의 새로운 요리를 완성했다. 그중 ‘프랑스로 떠나는 여행’은 병상에 있던 아버지가 생전에 꼭 가보고 싶어 했던 프랑스를 미식으로 여행하는 프로젝트였다. 두 사람이 실제로 머물렀던 부르고뉴와 파리를 비롯해 니스, 보르도, 리옹,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각 지역의 역사와 풍경, 문화를 한 접시에 담아냈다. 윌로뜨의 요리는 제철 식재료와 지역의 문화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 삶에서 마주한 경험과 기억, 그리고 시간이 쌓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것이 이승준 셰프가 추구하는 요리의 철학이다.

윌로뜨는 매 계절마다 새로운 식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하며 단 한 시즌만을 위한 요리를 선보여 왔다. 지난 십 년간 선보인 요리만 해도 700여 종이 넘는다.  

‘좋은 레스토랑’은 사람으로 완성된다  

이승준 셰프와 나윤정 대표는 ‘보이고 보이지 않는 나의 얼굴’ 프로젝트 화보를 통해 두 사람뿐 아니라 윌로뜨 직원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는 셰프, 매니저, 소믈리에 등 유니폼과 직책 뒤 가려져 있던 각자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다. 평소에도 팀원들과 국내외 여행을 함께하고, 연극과 뮤지컬, 전시를 찾으며 요리 밖의 다양한 경험을 나눈다. 좋은 요리는 결국 다양한 삶의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믿음, 그리고 사람을 직책이 아닌 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려는 태도는 윌로뜨가 오랫동안 지켜온 철학이기도 하다.

사람을 중심에 둔 이승준 셰프와 나윤정 대표의 리더십은 오늘의 윌로뜨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었다. 왼쪽부터 황사연 헤드 셰프, 송민재 수셰프, 이승준 오너 셰프.

프랑스 미식 문화는 와인, 빵, 치즈, 디저트 등과 늘 함께였다. 이승준 셰프와 나윤정 대표가 와인과 디저트에 깊은 애정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우 작가와 협업해 아트페어에서 완판을 기록한 티라미수, 정민희 작가의 '숲'과 '나무'가 전하는 도시 속 쉼과 여유에서 영감을 받은 초콜릿, 그리고 최주열 작가의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업에서 착안해 호텔의 파우더룸을 와인 바로 재해석한 프로젝트 역시 모두 이러한 철학에서 출발했다.

윌로뜨는 음식영화제와 아트페어, 브랜드 팝업, 계절 마르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미식을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확장해 왔다. 요리를 예술과 사람, 일상을 연결하는 매개로 바라보는 시선은 윌로뜨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미식 문화의 방향이기도 하다.

아트피스의 마지막을 채우는 이승준 셰프의 영감

이승준 셰프의 영감은 늘 자연에서 시작된다. 농사와 산책, 캠핑은 재료를 이해하고 계절의 흐름을 읽는 가장 근본적인 공부다. 여기에 파인 다이닝부터 동네 백반집, 오랜 전통의 노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하는 일 역시 새로운 요리를 탄생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윌로뜨가 말하는 좋은 식사란 맛과 서비스의 흐름, 공간의 분위기와 태도까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좋은 식사라는 건 단순히 맛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과 구조와 서비스의 흐름, 공간의 태도까지 함께 읽어내는 일이에요.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다양한 곳에 가서 같이 식사를 하며 서로의 감각을 나누고,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어떤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려고 해요.”

십 년 동안 윌로뜨를 지켜온 이승준 셰프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윌로뜨 다움’을 지키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흔들리지 않는 방향을 가진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어요. ‘윌로뜨답다’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공간요. 요리로는 자연주의 프렌치를 더 밀도 있게 표현하고 싶어요. ‘먹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렌치’를 만들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조금 더 러프하고 편안한 방식의 프렌치도 해보고 싶어요. ‘프렌치 백반’이라고 할까요… 브라세리나 비스트로보다도 조금 더 편안한, 일상 속 밥집 같은 프렌치를 상상하고 있어요. 프렌치의 기술과 구조는 지키되, 손님이 조금 더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리 같은 거죠.”

이승준 셰프는 자신만의 가치와 관점으로 오래 바라보고 싶은 요리와 식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 오래 요리하고 싶습니다. 너무 빨리 소진되지 않고, 제가 믿는 방향을 오래 지켜가고 싶습니다. 좋은 요리사는 단순히 오래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관점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료와 계절, 사람의 취향과 시대의 흐름을 조급하게 소비하지 않고, 천천히 바라보며 자기만의 언어로 쌓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윤정 대표는 이러한 이승준 셰프의 요리를 중심으로 파인 다이닝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윌로뜨의 미식 문화를 어떻게 넓혀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요리는 그 자체로도 완성도 있는 세계이지만, 동시에 영화·미술·음악·공간 디자인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문화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와의 협업을 통해 윌로뜨의 미식이 더 넓은 장면 안에서 쓰일 수 있고, 나아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의 감성이 프렌치라는 언어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고 깊이 있게 표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그 시작으로 오는 10월, 한국을 대표해 프랑스 파리에서 8일간 열리는 조선 최초의 소프트파워 문화외교사절단인 조선통신사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 ‘통신사 K 2026 Paris’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3년간 6개국을 순회하며 한국의 계절과 감성, 그리고 미식을 세계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프렌치라는 세계적인 언어 안에서 한국의 시간과 감각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깊이 있게 표현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소 늦은 나이에 프랑스로 건너가 와인 공부로 시작해, 200곳의 이력서를 넣은 끝에 합격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셰프로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이승준 셰프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꿈은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매일의 태도가 결국 길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화려한 무대처럼 보이는 파인 다이닝의 뒤에는 끊임없는 반복과 인내심, 체력이 필요합니다.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해서 감각도 중요하지만 태도가 더 오래 간다고 봐요. 저 역시 재능으로 버텨온 게 아니라, 절실함으로 버텨온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가진 것도 많지 않았지만 매일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주방에 섰습니다.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시간도, 끝까지 가보겠다는 마음 앞에서는 충분히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했느냐 보다, 어디까지 진심으로 할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이승준 셰프는 “셰프란 언제 시작했느냐 보다, 어디까지 진심으로 할 수 있느냐”라는 마음을 품고, 좋은 셰프로서 좋은 태도를 갖기를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윌로뜨의 지난 10년은 한국의 식재료와 프렌치의 구조, 계절과 기억, 예술과 쌓아 올린 결과물이었다. 이승준 셰프의 요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나윤정 대표가 구축한 공간과 서사를 거치며 하나의 장면이 되고, 다시 한 편의 예술적 경험으로 확장됐다. 완성도 높은 영화가 미장센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듯, 윌로뜨는 접시 위의 요리를 넘어 한국의 시간과 감각을 프렌치라는 언어로 번역해 왔다. 이제 그 10년의 축적이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자연주의 프렌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락

Writer 정은주(Eunju Jung)
Editor 손준우(Junu Son)
Photographer 오충근(Choong-keun Oh)_ studio. choongk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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