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무대에서 현실의 성취를 만들다: 메타 김선옥 셰프

나비로 탈바꿈하는 곤충의 삶처럼, 매 순간의 변화를 뜻하는 이름의 메타는 매 순간 김선옥 셰프에게 가장 가까운 음식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메타와 함께 자신만의 맛을 찾아온 10년

싱가포르 모하메드 술탄 로드의 메타(Meta)는 김선옥 셰프의 경력과 함께 변화해온 레스토랑이다. 이름부터 변화를 뜻하는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에서 가져왔다. 2015년 11월 케옹색 로드에서 문을 연 메타는 2017년 미쉐린 1스타를 받았고, 2024년 2스타로 올라섰다. 2026년에도 2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메타는 김 셰프의 한국적 배경을 중심에 두지만 폭넓은 문화적 영향을 품었다. 서울에서 익힌 프렌치와 이탈리안 요리, 시드니의 테츠야스(Tetsuya’s)와 싱가포르의 와쿠 긴(Waku Ghin)에서 배운 기술, 오랜 해외 생활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된 한국의 맛이 한 코스 안에 중첩된다. 김 셰프는 이를 한식이나 프렌치, 일식으로 규정하기보다 지난 10여 년간 자신이 경험하고 다듬어온 ‘김선옥의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메타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방향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자신이 배운 재료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였다면, 손님의 반응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요리는 점차 간결해졌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남길지를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메타라는 이름과도 맞닿아 있다. 메타는 하나의 콘셉트를 완성한 뒤 반복하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김 셰프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꾸준히 발전해왔다. 그 과정에서 제철 재료를 우선하고 산미와 온도, 질감의 균형을 조절해 재료의 맛을 분명하게 드러낸다는 기준도 자리 잡았다.

싱가포르 모하메드 술탄 로드에 위치한 김선옥 셰프의 메타(Meta)

 

한 권의 요리책을 따라 시드니로 향하다

김선옥 셰프는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서울 대림동에서 작은 감자탕집을 운영했다.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의 부모님 역시 식당을 운영하셨기에 김 셰프에게 음식점은 낯선 일터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였다. 자연스럽게 주방을 접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가스를 만들었고, 요리학원에 다니며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을 취득했다.

군 복무를 마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를 직업으로 삼았다. 서울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약 1년간 근무한 뒤에는 이탈리안 요리로 영역을 넓혔다. 보나세라를 비롯한 여러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익혔고, 신규 매장의 오픈 과정도 경험했다. 당시 주방에는 해외 요리학교에서 공부했거나 외국어에 능숙해 외국인 셰프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이들이 주방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김 셰프 역시 해외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더 넓은 환경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하지만 유학을 결심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현실적인 고민이 따랐다.

쉬는 날이면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아 해외 요리책을 읽었다. 수입 요리책은 직접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울 만큼 비쌌지만, 서점에 머물며 사진과 조리법을 반복해서 살폈다. 그러던 중 2008년 무렵 일본계 호주 셰프 와쿠다 테츠야의 책을 발견했다. 테츠야스의 음식은 김 셰프가 이전까지 접했던 요리와 달랐다. 접시의 구성은 회화처럼 정교했고, 서양의 조리법과 일본적 감각이 한 음식 안에 자연스럽게 공존했다. 이 책은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인 목표"로 바꿨다. 김 셰프는 영어를 공부한 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시드니로 향했고, 르 코르동 블루 시드니에서 공부하면서도 테츠야스에 계속 지원했다. 마침내 주방에 합류한 그는 약 2년 동안 근무하며 주니어 수셰프까지 맡았다.

미쉐린 가이드 싱가포르 2024에서 2스타로 승급한 메타

 

시드니를 떠나 싱가포르에서 메타를 열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예상하지 못한 행정 문제로 중단됐다. 비자 갱신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 절차가 누락되면서 김 셰프는 한국으로 돌아와 3∼4개월을 머물러야 했다. 테츠야스 측에서는 다시 호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지만, 그는 같은 자리로 복귀하는 대신 새로운 환경에서 성장해보겠다는 도전을 택했다. 와쿠다 테츠야 셰프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운영하던 와쿠 긴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2014년 싱가포르로 이동했다.

와쿠 긴은 최고급 식재료와 정교한 서비스를 결합하며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주목받는 곳이었다. 김 셰프는 이곳에서 일하며 요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자신이 언젠가 독립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같은 수준의 고가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만들 수 있을까. 다른 셰프의 기준을 정확히 구현하는 일과 자신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달랐다.

싱가포르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한 것도 정착에 영향을 미쳤다. 싱가포르가 일시적으로 머무는 도시에서 생활의 기반으로 바뀌던 시기에 독립의 기회도 찾아왔다. 동료였던 리시 날린드라(Rishi Naleendra)가 새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 자리를 소개한 것이다. 공간과 투자자는 마련돼 있었지만 당초 합류할 예정이던 셰프가 취업 허가 문제로 일을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투자자는 김 셰프에게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했고, 그렇게 2015년 11월 케옹색 로드에 메타가 문을 열었다. 레스토랑 개업을 오랫동안 계획하고 자본과 콘셉트를 준비한 결과라기보다, 싱가포르에서 쌓은 인연과 예상하지 못한 공백이 맞물리며 생긴 기회였다. 김 셰프는 만 31세의 젊은 나이에 싱가포르에서 자신의 이름과 판단을 걸고 주방을 이끌게 됐다.

초기의 메타는 아시아 식재료에 프렌치 조리 기술을 접목하며 김 셰프가 테츠야스와 와쿠 긴에서 쌓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풀어내는 레스토랑이었다. 일본 요리에서 익힌 섬세한 표현과 유럽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메타만의 방향을 구축해 나갔고, 2017년 첫 미쉐린 스타를 받으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김 셰프는 이미 쌓아 올린 기반 위에 자신의 한국적 배경과 해외에서 축적한 경험을 더욱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메타의 요리를 발전시켰다.

 

메타에서 요리 중인 김선옥 셰프 (Photo: Julia Lee)

 

한국의 맛을 더하고 재료에 집중하다

김선옥 셰프는 자신이 한식을 대표하는 요리사라고 섣불리 스스로를 소개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된 한식의 깊이를 잘 알기에 몇 가지 장이나 한국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요리를 전통 한식이라고 규정하고 싶지 않아서다. 대신 손님이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한국의 맛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기를 바란다.

메타에서는 된장과 고추장, 김치, 들기름, 오미자처럼 한국에서 익숙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이를 반드시 전통적인 형태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김 셰프가 한국에서 경험한 맛을 출발점으로 삼고 프렌치 조리 기술과 일본 요리에서 익힌 세밀한 재료 운용, 싱가포르에서 접한 다양한 향신료와 식문화를 함께 활용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의 기술을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최종적인 맛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연결되는가다.

 

한국적인 쌈 문화를 메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메인 메뉴 (Photo: Julia Lee)

조리의 우선순위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 접시에 얼마나 많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담을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재료가 맛의 70∼80%를 결정한다고 본다. 먼저 제철에 가장 좋은 식재료를 고른 뒤 그 재료가 가진 맛을 방해하지 않는 조리법을 찾는다. 산미가 필요할 때도 하나의 방법에 의존하지 않는다. 와인과 레몬, 유자 등을 재료와 소스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고 온도와 질감의 차이로 코스의 흐름을 조정한다.

메타가 모하메드 술탄 로드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면서 이러한 방향은 공간에도 반영됐다.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셰프와 손님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완성한 요리를 가장 적절한 온도에 곧바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김 셰프는 새 공간이 현재 자신의 요리처럼 이전보다 정돈되고 선명하다고 설명한다. 같은 해 메타는 미쉐린 2스타로 승급했다. 2017년 처음 1스타를 받은 뒤 꾸준히 이를 유지해온 메타가 개업 9년 만에 거둔 성취였다. 김 셰프는 주변에서 몇 년 전부터 2스타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당시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꼈으며, 2024년의 승급은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결과였다고 돌아봤다.

 

메타의 시그니처 전복죽

 

메타의 변화를 담아 온 전복죽과 계란찜

메타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요리는 오랫동안 코스에 남아 있는 전복죽이다. 김 셰프에게 전복죽은 한국에서 몸을 보양하기 위해 찾는 익숙하고 편안한 음식이다. 그러나 메타에서는 익숙한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재료의 풍미와 질감을 세밀하게 나눈다. 먼저 신선한 전복은 한국산 해조류와 함께 숙성한 뒤 쪄내고, 숯불에 구우며 버터를 발라 풍미를 더한다. 죽에는 여러 종류의 해조류와 멸치 육수, 전복 내장과 참기름을 활용한다. 쌀과 전복을 함께 끓인 한 그릇의 음식을 코스에 맞게 해체하고 다시 구성했지만, 먹었을 때 도달해야 하는 맛의 중심은 전복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김 셰프는 이 요리를 메뉴에서 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보다 더 맛있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교체하거나 새로워 보이기 위해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 계절과 수급에 따라 세부 구성은 달라질 수 있지만, 충분히 완성됐다고 판단한 맛은 지킨다. 끊임없는 변화를 이름에 담은 메타가 변화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메뉴다.

 

꽃게탕에서 영감을 받은 메타의 계란찜

계란찜은 메타의 다문화적 배경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부드러운 질감은 일본의 차완무시를 연상시키지만, 소스의 출발점은 한국식 꽃게탕이다. 여기에 고추기름과 미나리, 제철 조개나 해산물을 더한다. 일본식 달걀 조리법과 한국의 꽃게탕, 싱가포르에서 접한 해산물 요리의 감각이 한 접시에 겹친다.

김 셰프는 이렇게 여러 문화의 맛이 만나는 음식을 하나의 국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도시와 주방에서 익힌 맛이 한 접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전복죽이 한국의 기억을 정밀한 조리로 다듬은 음식이라면 계란찜은 서로 다른 문화의 맛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두 요리는 김 셰프가 말하는 ‘자신의 음식’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설명한다.

 

한국인의 국민 생선이기도 한 '삼치'를 메타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메뉴
메타의 다이닝 공간

 

여러 가능성, 끊임없는 도전과 집중

메타의 지난 10년은 김선옥 셰프와 여러 팀원이 함께 쌓아온 시간이다. 내음(NAE:UM)의 한석현 셰프와 세로자(Seroja)의 케빈 웡 셰프도 메타의 주방을 거쳐 각자의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김 셰프는 두 사람을 자신이 길러냈다고 내세우기보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동안 메타 역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메타를 떠난 뒤에도 이들은 서로 연락하며 조언과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메타 밖의 새로운 시도로도 이어졌다. 2018년 아모이 스트리트에 문을 연 김미(Kimme)는 모던 유러피안 조리법에 한국적인 맛을 더한 음식을 단품으로 선보인 캐주얼 레스토랑이었다. 메타 출신의 한석현 셰프가 주방을 맡아 김 셰프와 함께 운영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문을 닫았다. 메타에서 발전시킨 맛을 보다 편안한 형식으로 전달해본 첫 번째 확장이었다.

2023년 6월에는 테바(Thevar)의 마노 테바(Mano Thevar) 셰프와 함께 탐비(Tambi)를 열었다. 한국과 남인도 출신인 두 셰프의 배경을 결합한 캐주얼 다이닝으로, 김치 치킨 커리와 고추장을 사용한 생선 요리 등을 선보였다. 약 1년 반 동안 운영한 뒤 영업을 종료했지만, 김 셰프는 음식과 콘셉트에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시장에 다소 이른 시도였을 수 있다고 돌아보며, 적절한 여건이 마련된다면 다시 선보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김미와 탐비는 메타를 단순히 캐주얼한 형태로 옮긴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김미에서는 메타에서 다듬은 조리 경험과 한국적인 맛을 보다 편안한 형식으로 풀어냈고, 탐비에서는 한국과 남인도의 음식이 한 메뉴 안에서 만날 가능성을 시험했다. 김 셰프는 이 경험을 통해 새로운 업장을 지속하려면 음식과 콘셉트뿐 아니라 시장의 시기와 운영 여건도 맞아야 한다고 돌아봤다.

메타의 김선옥 셰프 (Photo: Julia Lee)

여러 가능성을 시험한 뒤 현재 김 셰프가 가장 분명하게 밝히는 목표는 확장보다 집중이다. 메타를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이곳의 음식을 깊이 다듬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 새로운 기술과 콘셉트를 계속 덧붙이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별해온 최근의 요리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메타가 걸어온 10년은 김선옥 셰프가 자신에게 가까운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테츠야의 요리책에서 시작된 꿈은 그를 시드니와 싱가포르의 주방으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쌓은 경험과 독립 후의 시행착오는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이제 그가 집중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덧붙이는 일이 아니다. 좋은 재료의 맛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 한국에서 익힌 맛을 자신의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 좋은 동료들과 메타라는 한 공간을 더 깊게 만들어가는 것. 변화를 뜻하는 이름의 메타는 그렇게 김선옥 셰프에게 가장 가까운 음식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단락

Writer 윤샛별(Stellar Yoon)
Editor 이정윤(Julia Lee)
Photographer Meta, Juli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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