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온기가 만드는 리더십, CESTA

김세경 셰프는 인재를 키워 레스토랑을 성장시키는 구조를 세워가고 있다.

CESTA, 다온반상, 휴 135 등 다양한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는 김세경 셰프. 그는 CIA 한국 동문회장, 크루그(Krug) 앰배서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총괄 셰프, 최근 유니세프(UNICEF)와 함께한 ‘블루 스타 갈라(Blue Star Gala)’ 디렉팅 셰프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가족 같은 팀을 만드는 원동력

좋은 리더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그는 뉴욕 ‘오리올(Aureole)’의 단테 보쿠지(Dante Boccuzzi) 셰프를 곧바로 언급했다. CIA 졸업 후 뉴욕에서 경력을 쌓던 요리 초년생 시절, 그의 멘토였던 보쿠지 셰프는 ‘팀은 가족’이란 강렬한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당시 오리올에서 ‘가족’은 조직 운영의 키워드였는데, 스태프들이 함께 먹는 식사를 ‘스태프 밀’이 아니라 ‘패밀리 밀’이라 부른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개인적이고 친밀한 감정적 유대 관계를 중시했다. 

세스타의 ‘여수 화이트 앤초비 바이트’ 디시

“같이 일하는 동료는 시간으로 따져도 가족보다 더 오래 보는 사람이죠. 성과도 중요하지만 감정적 유대의 진정한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당시 그는 영어도 능숙치 않았고 늘 긴장한 채로 주방에 출근했는데, 보쿠지 셰프는 “킴! 스마일!”이라며 분위기를 풀어 주곤 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팀원들이 스스로 실력을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를 이끌어내는 것이 리더의 책무임을 배웠다.

또한 리더의 따뜻함은 반드시 공정성을 수반해야 한다. 말단 직원 의견이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앞서 인지해야 하며, 리더 자신이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실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떤 조직도 실수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실수에 대해 대처할 땐 부족함을 면밀히 진단하면서 이를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따끔하게 이야기하더라도 리더의 언어가 단순한 지적이나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은 피드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엔 직원의 상황과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너그러움도 항시 포함돼 있어야 한다. 

서비스 전 미팅 중인 김세경 셰프와 세스타팀 일동

소통도 필수다. 한 공간에서 일하면서도 교류 없이 그저 업무만 수행하는 조직엔 반드시 비효율과 불편이 생긴다. 즉 서로 원활하게 대화를 나눌 때 일터가 즐거워진다는 것. 정기 미팅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모든 매장에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댄 채 주요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키친팀과 홀팀이 바쁠 땐 단 5분이라도 이슈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것이 바로 리더십의 핵심 실무다. 조직의 분위기는 루틴에서 만들어진다는 믿음 아래 매일매일 팀워크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자리에선 개인적인 대소사도 나누며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밖에도 업무 공간을 벗어나 야유회도 함께 가며 고전적 스타일의 ‘팀 빌딩’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좌) 주방에서의 소통을 중시하는 김세경 오너 셰프와 대화를 나누는 중인 오윤종 헤드 셰프 / (우) ‘여수 화이트 앤초비 바이트’ 디시를 준비 중인 모습

이를 위해 그는 적절한 채용과 교육, 피드백 방식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4단계 트레이닝 원칙을 제시한다. 처음엔 리더가 100%를 보여주고, 다음엔 리더와 직원이 같이 한다는 것. 이어 3단계에선 직원이 주도하되 리더가 중요한 포인트를 짚으며 조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직원이 온전히 맡은 책무를 수행하고, 셰프는 비정기적으로 상황을 체크하며 높은 퀄리티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혼자 다 하라고 하는 건 불가능해요. 홀 직원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들어오면 바로 고객을 응대하는 일에 투입하기보단 다른 직원들을 보조하며 세스타의 방식을 보고 배우게 합니다.” 

즉 많은 부분은 데이터로 전수하되, 미묘한 노하우의 영역은 팀이 수시로 전파토록 하는 것이다. 그릴에서 나는 소리, 소금이 떨어지는 손의 습관, 타이밍을 보는 눈 등 다양한 감각이 전수되고 반복되며 공유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리더는 에너지를 성장에 집중시킬 수 있다.

그는 팀 내엔 세스타 오픈 시기부터 장기 근속한 키 플레이어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고 말한다. “초기부터 호흡을 맞춘 직원들은 심플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표현하는 세스타의 요리 스타일에 공감해요.” 이렇게 김 셰프는 레스토랑의 요리 철학에 공감하는 직원을 뽑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스타에서 서비스팀과 키친팀은 매일 함께 미팅을 진행한다. 

좋은 팀워크의 기본, 인재 채용

김세경 셰프는 채용이 모든 직군의 딜레마라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구인난이 심각한 시기엔 ‘누구라도 채용해 인원을 늘리고 싶은 마음’과 ‘힘들게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공석을 유지하는 상황’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경우 반드시 후자를 택해야 하며, 이는 조직을 지키는 기본 윤리가 된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단단하고 뛰어난 조직이라도 나태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물이 흐려져요. 심지어 나태한 조직에 부지런한 사람이 들어오면 조직이 바뀌는 게 아니라 유능한 인재가 버티지 못하고 나가죠.” 그래서 그는 조직 분위기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리더십의 최우선 과제로 둔다. 물을 흐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조직은 무너지고 또 급격히 악화되기에 사람을 뽑는 일에서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고 있다.

긴밀한 대화를 토대로 김경문 마스터 소믈리에와의 컬래버레이션 다이닝을 준비 중인 김세경 셰프

“리더 셰프가 될 자질이 보이지 않으면 말단 직원 자리라도 뽑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아무리 막내여도, 성장하려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즉 가장 아래 직급에서도 리더십의 씨앗을 지닌 사람을 두는 것이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법이란 이야기다. 이렇듯 내일의 리더를 심는 선택이 조직의 수명을 바꾼다.

한편 그는 세스타 외에도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과연 어려움은 없을까. “브랜드 세팅 초기엔 각 업장의 리더들과 한 호흡으로 밀착해 싱크를 맞춰요. 요리 철학과 음식 스타일, 리더십 방향까지 상당 부분 동기화가 되면 그때 팀에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그는 세세하게 직원을 관리하는 ‘마이크로 매니징’은 조직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힘들어지므로, 위임의 중요성도 잊지 않는다. “직원이 성장해야 회사도 커지거든요.” 회사의 확장은 시스템이나 자본뿐 아니라 직원이 성장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물론 직원에 따라 성장 속도는 각기 다르다. 물론 개인별 편차는 있겠지만, 핵심 리더가 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좌) 세스타의 오윤종, 김세경, 박재윤 셰프 / (우) 세스타의 ‘숯불에 구운 뼈 등심 스테이크’ 디시

지금 그의 하루는 요리보단 의사결정의 연속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영역은 매니저와 리더 트레이닝이다. 중간급, 상위 리더와의 카운셀링을 통해 이들이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각 리더가 팀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리더십이란 결국 ‘리더를 키우는 일’입니다. ‘성장’은 결국 팀워크거든요. 누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단점이 있는지 찾아 다듬어 주고 이끌어 주고, 힘들어 할 때 받쳐 줄 수 있어야 스포츠팀처럼 승리할 수 있어요.” 

꿈을 현실로 기획한 ‘유니세프 블루 스타 갈라’

2025년 11월, 그는 유니세프와 ‘블루 스타 갈라(Blue Star Gala)’ 이벤트를 기획하고 리딩하며 성공적으로 자선 행사를 치르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들이 재능 기부로 참여한 이 행사는, 김세경 셰프가 10년 넘게 구체적으로 계획해 온 오랜 꿈이었다.

첫 해엔 이전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고 조율하며 행사를 주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김 셰프 특유의 리더십으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많은 이들이 참여하며 10억 원 이상의 펀드레이징이 이뤄졌다. 

“이번에 동참해 주신 셰프들은 각자 개성이 강하고, 훌륭한 분들이에요. 처음 하는 행사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여하고 기부한 사람 모두 보람 있고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주며, 여러 레스토랑을 리드하고 있는 김세경 오너 셰프

“좋은 공간을 운영하면 자연스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요. 각 분야에서 뛰어난 고객들,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오고 가죠. 그래서 셰프는 더 많은 기부와 사회 환원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직업을 통해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드는 것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요?” 

이렇게 그는 나눔의 가치를 믿으며 공간과 음식, 무형의 서비스를 통해 이를 즐겁게 실현해 나가고 있다. 또한 행사에 참여한 직원들, 동료 셰프, 그리고 CIA 동문에 이르기까지 자원 봉사와 참여를 이끌어낸 뒤의 피드백은 함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무엇보다 기획을 현실화하는 추진력과 결과물은 다음 성장을 낳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그리는 아름다운 미래

세스타는 단품 위주의 편안한 레스토랑으로 항상 활기차고 따뜻한 분위기다. 북적북적한 테이블 위로 사람들의 웃음과 에너지가 공유된다. 김세경 셰프는 앞으로도 이곳을 온기를 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한다.

그가 초기에 뉴욕에서 “킴, 스마일!”을 배웠듯, 날카로운 전문성은 갈고 닦되 긴장감은 풀어내는 방향으로 세스타의 문화를 계속해서 설계해 나가겠다는 이야기다. 개개인이 실력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조직도 성장하며, 온기도 품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좌) 싱그러운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인 세스타의 테라스 좌석 / (우) 세스타의 계절 메뉴

세스타의 숯불은 뜨겁다. 그러나 그가 더 오래 지키려는 것은 불의 온도가 아니라 사람의 온도다. ‘가족’이란 단어에서 시작된 리더십은, 지금의 세스타에선 우리 집에 온 손님을 맞는 따스함으로 치환된다. “어떤 일에 도전하더라도, 결국은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는 이러한 원동력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내일을 바라보고 있다.

단락

Writer 이정윤(Julia Lee)
Editor 전채련(Chaeryeon June)
Photographer 김홍주(Hongju Kim)
Photo Credit 세스타(C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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