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TT : 서울에 뿌리 내린 이방인의 별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 식재료를 새롭게 바라보며, 또 다른 장르의 한식 파인 다이닝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산공원 인근 어느 조용한 골목. 고요한 이른 저녁,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EVETT’. 지나치는 사람이라면 무심코 놓칠지도 모르지만 미식가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작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여행을 온 것처럼 한 편의 잘 짜인 경험의 시간이 펼쳐진다. 

실내는 흰 벽과 황동, 나무가 절제된 조화를 이룬다. 모든 것이 단정하고 침착하지만 오픈 키친으로 셰프들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전해진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한입 요리를 시작으로 한 접시, 한잔의 흐름이 계절을 따라 천천히 전개된다. 한국적인 식재료에서 출발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로 이어지는 접시들. 된장을 바탕으로 한 메주 도넛에는 흑마늘과 멸치 달고나가 숨어 있고, 농장에서 직접 고른 제철 채소는 명확한 질감과 온도를 유지한 채 살아 움직인다. 이것은 전통을 해체한 요리가 아니라, 그것을 정중히 들여다보고 다시 꿰맨 결과다.

레스토랑을 이끄는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호주 출신이다. ‘The French Laundry’와 ‘The Ledbury’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전통 발효 식재료와 로컬 생산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한국에서 펼쳐 보이고 있다. 장(醬)의 뉘앙스를 파악하기 위해 장 명인 기순도와 협업하고, 식재료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레스토랑 전체에 녹여낸다. 엄숙하기보다는 재치 있고, 새로운 시선과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EVETT에서의 식사는 한국인들이 늘 먹어온 재료에 새로운 빛을 비춘다. 그 순간, 우리는 ‘한국적임’의 진짜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흰 벽과 황동 조명, 나무 바닥과 테이블 등이 어우러져 절제의 미학을 선사하는 EVETT의 공간 

세계가 무대였던 조셉 리저우드 셰프의 팝업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전 세계를 돌며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이력이 있다. 요리로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시장을 이해하며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실험해 보는 것이 그의 원동력이자 즐거움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즐거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여정 하나하나가 훗날 오너 셰프로 성장해 나가는 데 완벽한 훈련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했어요. 다양한 문화와 시장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고, 요리라는 도구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게 저한테는 즐거움이자 원동력이었고요. 어디든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무작정 갔던 것 같아요. 사실 그땐 정말 어렸고, 세상에 알려진 이름도 없었지만, 그만큼 더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것 같아요. 세상은 참 넓고, 다양하고, 재미있더라고요.”

런던에 있을 당시, 그는 일본이나 태국 음식점이 다양하게 진출한 모습과 비교해 한국 음식이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작해야 비빔밥이나 고기구이가 전부였던 한국 요리는 직접 한국에 와서야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는 서울에서 직접 음식 문화를 경험하고 나서 감탄했다. 순식간에 한국 사람들과 음식 문화에 반했고, 지역 음식을 직접 접하고 배우면서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 와서 이 나라의 음식 문화를 직접 경험하게 되니까… 정말 금방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들도 따뜻하고, 문화도 좋았고, 그리고 아주 명확하면서도 독자적인 음식 문화가 있어요. 지역마다 개성이 뚜렷한 요리가 존재해요. 그런 걸 맛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죠. 외국에선 느끼기 어려운 그런 감각들이 여기엔 있었거든요.”

(좌) 직접 축산 농가를 방문해 어떤 배경을 가진 고기인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탐구하며 메뉴를 구현하는 조셉 리저우드 셰프 (우) 전통 한식을 색다르게 재해석하는 그의 된장 베이스 메주 도넛엔 흑마늘과 멸치 달고나가 숨어 있어 그만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팝업 레스토랑 운영은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간을 섭외하고, 디자인을 기획하며, 포스터를 만들고, 온라인 홍보를 통해 티켓을 판매하고, 그날의 날씨와 변수에 대비하고, 직접 접시와 기물까지 챙기는 일은 일종의 종합 프로젝트였다. 말 그대로 무에서 모든 것을 창조하는 행위였다. 매번 하나의 레스토랑을 새롭게 오픈하는 것과 같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오너 셰프로서 필요한 전천후 능력을 체화하게 해 주었다.

그는 처음엔 계획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것이 이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런 말이 있다.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할 순 없지만, 돌아보면 모든 경험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셉 셰프에게 팝업은 그렇게 하나하나의 경험이 쌓여 완성된 ‘삶의 훈련장’이었다.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매우 벅찬 일이었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으로서, 그것도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여는 것은 상상 이상의 일이었다. “내 나라에서 식당을 처음 여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나는 외국인이었고, 언어도 익숙하지 않았죠.”

그러나 그의 곁에는 한국인 아내 지니(Ginny)가 있었다. 그는 단호히 말한다. “지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그녀는 레스토랑 대표이자, 인생 동반자로서 모든 행정과 제도적 절차를 밟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스타 레스토랑 리스트를 보면 한국에 정착해서 활동하는 외국인 셰프를 찾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정말 드물죠. 이건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글로벌 도시의 미쉐린 리스트와 비교해 보면 훨씬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에요. 해외에서는 보통 레스토랑 그룹이 투자를 하거나 외국인 셰프를 고용해서, 자연스럽게 현지에 안착할 수 있는 구조가 잘 되어 있어요. 그래서 국적이 다른 셰프들이 한 도시 안에서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죠. 특히 홍콩 같은 경우에는 외국인 셰프가 많고, 또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요리를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달라요. 심지어 투자자나 회사가 있다고 해도, 행정적인 절차나 법적인 요건들이 너무나 까다롭고 복잡해서, 외국인 셰프로서 이곳에 정착하는 건 정말 큰 도전이에요.”

하지만 조셉 리저우드 셰프에게는 행운이 있었다. 한국에서 지금의 아내, 지니를 만나 결혼했던 것. 무엇보다도 그의 꿈과 삶의 방향을 진심으로 지지해 주는 파트너가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우연과 행운이 노력이라는 흐름을 만나 꽃피운 결과였다. 조셉이 팝업 레스토랑을 통해 한국에서 인지도를 쌓고 있을 때, 우연히 코오롱 그룹의 한 직원이 연인과 함께 그의 팝업을 방문했다.

그 고객과의 대화에서, 그들이 운영하던 역삼동의 한 건물 1층 공간에 새 레스토랑을 입점시키고자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것은 그에게 ‘기회’였다. 자신은 이름도 없는 외국인 셰프였고, 투자자도 없었지만, 가족들에게 빌린 돈과 아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EVETT이 문을 열 수 있었다.

외국인 셰프로서 정착하기 쉽지 않은 한국 파인 다이닝 시장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으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으로까지 등극한 EVETT

EVETT 오픈은 말 그대로 0에서 1을 만든 일이었다. 동료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 함께 일했던 The French Laundry 동료 벤(Ben)을 설득해 한국으로 초청했고, 초기에는 모든 스태프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낮은 급여로 함께했다. 헤드 셰프의 월급이 200만 원 정도였다.

“직원을 채용하고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건 정말 상상 이상으로 큰 비용이 드는 일이에요. 단순히 금전적인 부담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정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거든요. 해외에서는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직원을 단순히 인터뷰만으로 뽑지 않아요. 보통은 ‘트라이얼(Trial)’이라고 해서, 며칠 혹은 몇 주간 실제로 현장에서 일해 보면서 그 사람이 팀에 어울리는지, 실력이 어떤지를 함께 지켜본 뒤에 최종적으로 채용을 결정하죠. 그런데 저희는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상황이었기에 트라이얼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어요. 모든 게 도전이었죠. 준비도 해야 하고, 오픈 일정도 맞춰야 하고, 그런 와중에 하나하나 다 안정적으로 돌아가도록 사람을 뽑고 시스템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정말 상상하기 어려우실 거예요. 심지어 월급도 많이 못 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쳤습니다.”

당시는 언어 장벽도 커서 직원들과 바디랭귀지로 소통해야 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영어 가능 인력을 채용하면서 점점 더 안정적인 팀워크를 쌓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외국인 셰프로 팀을 꾸리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오히려 글로벌한 환경과 영어 사용이 가능한 곳을 찾는 젊은 셰프들에겐 EVETT이 도전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지난 경력보다 태도를 봅니다. 어디서 일했느냐보다 중요한 건, 이 팀 안에서 얼마나 협력할 수 있느냐예요. 배우고자 하는 태도, 친절함, 청결함, 협동심. 그게 진짜 실력이죠.” 조셉은 그렇게 EVETT의 철학을 ‘좋은 사람들과 좋은 태도로 함께 요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정하면서도 고요한 무드가 전해지는 EVETT의 밤, 손님을 향한 한결 같은 애정이 숨쉬고 있다.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누비는 셰프

EVETT 운영 초기에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식재료였다. 조셉 셰프는 “셰프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의 유통 구조는 단순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생선, 농산물은 대부분 대형 백화점으로 유통되며, 고작 하루 30명 분량의 소규모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는 우선순위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직접 땅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는 좋은 재료를 적정한 가격에 정기적으로 공급 받으려면, 유통업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를 만나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는 팀과 함께 전국의 산지, 농장, 양조장을 돌며 생산자를 직접 만나고, 신뢰를 쌓아갔다. 하나의 재료가 메뉴에 오르기 위해서는 하나의 생산자를 알아야 하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미나리를 사용하게 되면, 우리는 직접 미나리 농장을 방문합니다.” 그 과정에서 잡지 <리빙센스>와 협업해 14개월 넘게 전국을 함께 돌아다니며 콘텐츠를 만들고 생산자를 만나왔다. 이 미디어와의 협업은 콘텐츠 제작을 넘어 식자재 탐방을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되었다.

조셉 셰프는 기억에 남는 생산지로 호두 농장과 나주 배 농장을 꼽는다. 그는 농장을 방문하며, 어떻게 해야 고작 20개의 나주 배를 최상의 상품만 선별해 레스토랑에 받을 수 있을지 자문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관계와 존중이었다. 생산자를 레스토랑에 초대하고, 함께 밥을 먹고, 셰프와 팀의 철학을 전하는 것이다. 그 결과 EVETT은 비록 대량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최고의 품질을 고집할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방문은 단순한 재료 수급을 넘어 요리 창작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주 해녀들과의 만남, 장을 담그는 기순도 명인과의 교류는 그 자체로 새로운 레시피의 영감이 된다. 그는 한국의 식재료와 문화는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말한다. 예컨대 두릅 농장을 방문했을 때, 겉으로는 국내산으로 팔리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순을 가져와 한국에서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런 예다. 이러한 지식은 요리사로서 재료를 이해하고, 음식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지막 한입을 장식하는 EVETT 시그니처 디저트, 참기름 캐러멜. 그윽한 참기름 향과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의 조화가 식사 후에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저는 단순히 좋은 재료를 사서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예를 들어 경동시장에 가서 좋은 유통업자를 만나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국내산 두릅’이라고 표기된 걸 보면서도, 이게 과연 진짜 국내산일까?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농장에 가서 확인을 해봤어요.

그런데 그때 완전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장에서 흔히 ‘국내산 두릅’이라고 불리는 것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중국에서 가져온 두릅 순을 한국 온실에서 조금 더 키운 다음 수확해 판매하는 방식이더라고요. 법적으로는 국내산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가져와 조금 더 키운 뒤 상품화한 거죠. 이런 정보는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과정을 아는 셰프들이 의외로 많지 않더라고요.”

“축산 농가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사료를 먹이고, 어떤 환경에서 가축을 키우는지 직접 보지 않으면, 우리가 사용하는 고기가 어떤 배경을 가진 식재료인지 알 수가 없어요. 셰프로서 그런 큰 그림을 아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가 요리를 대하는 자세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하니까요.

예전에 제가 호두 농장을 방문했을 때도 정말 놀라운 걸 경험했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딱딱한 껍질의 호두가 아니라, 껍질이 아직 부드러운 상태의 호두를 수확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거든요. 그걸 활용해서 전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할 수 있었고요. 또 호두 잎도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이런 식으로 산지에 직접 가보는 게 저한테는 셰프로서의 시야를 넓히고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예요. 이건 결국 셰프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알아야 제대로 요리할 수 있고, 손님에게도 진정성 있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EVETT, 독창적인 색을 찾아서

레스토랑을 처음 오픈하던 때와 지금. 요리 철학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초창기에는 셰프가 기존 경력을 쌓아 온 유럽식 레스토랑에서 영향을 받은 스타일이 짙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한국 식재료와 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EVETT만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단순히 ‘한국 재료를 쓴 유럽식 요리’가 아니라, 한국 재료가 전체 구성과 발상 자체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요리 철학이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식재료로 요리하는 외국인이라는 위치는 때때로 비판을 불러왔다. “당신이 한국 음식에 대해 뭘 아느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그는 아팠지만 그 대신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일하며 답을 내기 시작했다. 그가 찾은 해답 중 하나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는 한국’을 EVETT의 음식 안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예컨대 된장과 초콜릿을 결합한 디저트가 그것이다. 된장의 70%는 소금이고, 소금과 초콜릿은 서양에서도 고전적인 조합이다. 그 논리와 감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나날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EVETT. 그만의 철학이 담긴 디시엔 그간의 노고와 고민, 희노애락이 깃들어 있다. 

“저는 호주에서 자라서 쌀밥보다는 매시드 포테이토를 먹고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매년 쌀 농장에 가서 직접 모내기를 함께하고 있어요. 한국인이 아니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더 많이 움직이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농장에도 자주 가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 자라지 않은 외국인인 제가 보기에 이 나라의 문화가 어떻게 보이는지, 또 제가 느낀 점들을 담아서 요리로 표현하고 싶어요. 제 시선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신선한 조합의 요리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EVETT의 철학은 그렇게 경계 없는 창작으로 확장되었다. ‘클래식하지만 한국적인 것’, ‘정체성은 분명하지만 융합적인 것’. 이 조합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야말로 조셉 셰프와 그의 팀이 지금 가장 몰두하고 있는 과제다.

미쉐린 스타와 미디어, 그리고 그 다음은

EVETT은 개업 8개월 만에 미쉐린 1스타를 수상했다. 그리고 2025년, 2스타로 승격되었다. 그는 이 평가가 단지 명예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쉐린 스타를 받지 못했으면 코로나 시기에 폐업했을지도 모릅니다. 레스토랑을 처음 열고 나서 매출이 바로 나왔던 건 아니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죠.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안 나왔고, 그냥 ‘열심히 잘하면 언젠가는 손님들이 알아주겠지’하는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운 좋게도 오픈하고 8개월 만에 미쉐린 1스타를 받았고, 그때부터 예약 문의가 많이 늘기 시작했어요.” 예약률이 폭증하지는 않았더라도 분명한 변화는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생겼고 안정된 운영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 요리사>와 방송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미디어 출연이 오히려 영업에 더 직접적인 효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그는 원래 방송 출연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셰프는 주방을 떠나선 안 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생각을 바꿨다. “레스토랑이 안정되어야 좋은 사람을 고용하고, 좋은 재료를 쓸 수 있고, 요리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그는 “최고의 팀”과 함께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안정된 파트너, 든든한 동료, 그리고 철학을 공유하는 팀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EVETT은 더 이상 ‘외국인의 실험’이 아니다. 그는 말한다. “이제 EVETT은 한국에 뿌리를 내린 레스토랑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요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개업 8개월 만에 미쉐린 1스타를 수상하고, 2025년 2스타로 승격된 EVETT의 조셉 리저우드 오너 셰프

단락

Writer 이정윤(Julia Lee)
Copy Editor 마비스(Mavis)
Photo Credit EV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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