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미띠에는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본질만을 좇으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파인 다이닝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
명품 플래그십 매장이 즐비한 청담동의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도시의 소음을 갑자기 벗어나는 듯한 조용한 공간이 나타난다. 불어로 ‘우정’을 의미하는 라미띠에는 이름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 여느 화려한 미디어 플레이 없이, 한결 같은 서비스와 음식으로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셰프가 있다. 장명식 셰프는 2006년 1월, 라미띠에를 인수하고 거의 20여 년간 이 공간을 운영하며 서울 파인 다이닝의 흐름과 함께 해온 역사적인 동반자로 자리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에 첫 선을 보인 해부터 라미띠에는 9년간 연속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 장명식 셰프는 2022년에는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레스토랑 벽을 가득 채운 미쉐린 명패를 뒤로 하고 셰프를 만나면 담백하고 꾸밈없는 소탈함에 오히려 깊은 인상을 받는다. 세상은 요리의 유행과 트렌드를 말하지만, 장 셰프는 여전히 ‘식재료 관리’, 그리고 ‘고객의 말 한마디가 주는 힘’에 대해 말한다.
라미띠에의 시간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단 한 달의 적자 없이 지금까지 이어온 레스토랑이라니, 이 한 줄의 문장은 단단한 철학과 기민한 경영, 그리고 수많은 고통을 감내해온 여정을 의미한다. 셰프가 요리만 해서는 안 되는 시대. SNS가 맛을 증명하는 시대. 그런 시대에 그는 어떻게 ‘살아남는’ 대신 ‘지속하는 법’을 배웠을까. 그 깊은 이야기의 첫 장은 2006년 겨울, 작은 주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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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연속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건 물론, 2022년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를 수상한 장명식 셰프
10석 레스토랑에서 세상을 배우다
“처음 라미띠에를 인수했을 때, 좌석이 고작 10개였어요.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고, 접대하고, 계산까지 다 했죠. 바깥 세상을 볼 여유가 전혀 없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요리, 한 접시에만 집중했죠.”
2000년대 초반에는 서울에 독립형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드물었다. 손에 꼽힐 정도였다. 호텔에 들어가야 비로소 프렌치 메뉴를 만날 수 있었고, 그마저도 ‘특별한 날’에만 어울린다는 분위기였다. 파인 다이닝은 일상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제도권 안에 있는 문화였다.
“호텔에서 하는 프렌치 요리는 클래식했어요. 수프, 차가운 전채, 따뜻한 전채, 메인, 디저트. 정해진 흐름이 있었죠. 그런데 그 안에서는 셰프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라미띠에는 그 정형을 벗어났다. 작지만 독립적인 공간에서,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더 솔직한 요리를 내놓았다. 9코스 이상의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 요리는 마치 한 편의 긴 편지처럼, 순서를 따라 서사를 전개했다. 그렇게 라미띠에의 이름이 퍼져 나갔고, 점차 같은 생각을 가진 셰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스토란테 에오 같은 이탈리안 파인 다이닝이 등장했고, 프렌치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파인 다이닝이 서울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호텔에서 독립 레스토랑으로, 서울 다이닝 씬의 변화
“그즈음부터 변화가 시작된 것 같아요. 특히 2010년대 초반, 해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오너 셰프들이 자신의 감각과 철학을 담은 레스토랑을 열기 시작하면서, 서울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는 서울의 파인 다이닝 성장 배경에 대해 ‘공급자 중심의 확장’이라고 말한다.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요리사들이 독립해 레스토랑을 열었고, 처음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파인 다이닝이 점차 소비자에게 가까워졌다. “고객층도 변했어요. 예전에는 기업 오너나 부유층 일부만 다녔다면, 지금은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의 고객이 찾아와요. 무엇보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가격 대비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고객들이 늘었죠.”
셰프라는 직업 그리고 생존이라는 기술
“셰프는 요리만 하면 되는 직업이 아니에요.”
라미띠에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장명식 셰프 자신이다. 그는 매일 주방에 들어가 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서비스 전 홀을 점검하며, 늦은 밤에는 노트북 앞에서 회계를 정리한다. 재료 발주부터 세금 정산, 인건비 조율과 마케팅 방향까지. 하나하나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다.
“요즘은 셰프가 요리만 하면 안 되는 시대예요. 요리는 기본이고, 운영과 회계, 인사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죠.”
그가 운영에 사용하는 도구는 의외로 단순하다. 엑셀 파일 하나. 매달 매출, 재료비, 세금, 감가상각 등을 항목별로 기록해 이익 구조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그는 ‘무엇이 낭비되고 있는가’, ‘언제 어떤 지점에서 수익이 흔들리는가’를 수치로 판단한다.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절대 레스토랑을 오래 할 수 없어요. 어느 달엔 괜찮고, 어느 달엔 나쁘고, 그렇게 감으로만 운영하다 보면 결국 구멍이 나죠. 셰프는 경영자입니다.”
장 셰프는 현실적이다. 이상이나 낭만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보단, 현실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성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이 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크게 남기기 어려운 구조예요. 그렇기 때문에 셰프는 항상 두 사람, 세 사람 몫을 해야 해요. 그래야 겨우 수익을 남기고, 다음 달을 준비할 수 있죠."

장명식 셰프는 요리는 기본, 재료 발주부터 세금 정산, 인건비 조율과 마케팅 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불황에도 마이너스는 없었다
이 말이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달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2020년 팬데믹의 한복판에서도, 여느 식당이 구조조정을 하고 셔터를 내릴 때도, 라미띠에는 그 자리를 지켰다. 그는 그 비결에 대해 아주 단순하게 말한다.
“잘 해두면, 버틸 수 있어요. 그리고 힘들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 ‘기본’이란 무엇일까. 셰프는 ‘재료의 철저한 관리’를 가장 우선으로 꼽는다. 손님이 줄면 회전율이 떨어지고, 재료가 남는다. 이럴 때 들어오는 유혹은, 그 애매한 식재료를 어떻게든 써보려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이야말로 위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재료가 아깝다고, 조금 덜 신선한 걸 쓰면 바로 손님이 알아차립니다. 모를 것 같다고요? 절대로요. 귀신처럼 알아채죠. 이런 시기일수록 더 정성스럽게 해야 해요. 손님 한 명, 한 명이 소중하잖아요. 와인이라도 한 잔 더 대접하는 마음으로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만든다. 그는 그런 유혹을 철저히 거절한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좋은 서비스, 더 깊은 요리를 준비한다. 그런 마음이 결국 다시 돌아온다는 것. 그것이 그가 수년 간 경험한, 작지만 단단한 진리다.
셰프의 또 다른 과목, 인사 관리
“사실 가장 힘든 건, 사람이죠. 때론 로봇과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 다들 아시죠?”
그는 이 말을 하며 조용히 웃었다. 요리는 기술이고, 레시피는 데이터다. 숫자는 명확하고 공정하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주방과 홀, 각각의 직원들이 모두 다른 배경과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일에 대한 기대치도 다르다. 특히 홀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주방보다 훨씬 짧고, 스트레스는 배로 높다.
“주방은 기술로 소통해요. 셰프가 좋은 기술, 조리법을 많이 알려주면 팀이 활기를 가지고 오래 운영되죠. 그런데 홀은 더 복잡한 감정으로 움직여요. 손님과 직접 마주하고, 사람의 피드백을 바로 받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훨씬 소모적이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그는 ‘비전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좋은 요리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일하는 의미’, ‘내가 여기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를 함께 나누는 것. 그는 매 시즌마다 직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한다. 그들의 고민을 듣고, 목표를 점검하며, 레스토랑이 줄 수 있는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기본은 근무 조건과 임금이에요. 하지만 그 이상은 결국 인간적인 신뢰에서 옵니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팀을 만들어요.”

시대의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라미띠에를 운영해온 장명식 셰프의 공간
SNS 시대, 셰프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
요즘의 레스토랑은 요리보다 콘텐츠가 먼저 소비되는 구조다. 누가 찍고, 누가 올렸느냐에 따라 한 접시가 유행이 되고, 식당의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하지만 장 셰프는 이 흐름을 결코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홍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중요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셰프의 능력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건 ‘내용’이 아니라 ‘포장’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이 공간에 온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가느냐입니다.”
그는 SNS를 잘 하지 않는다.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감동은 접시 위에, 그리고 손님의 눈빛에 있다는 믿음이다. 물론 그럼에도 현실은 쉽지 않다.
“요즘은 SNS를 안 하면 아예 없는 식당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저 또한 어떤 레스토랑 소식을 오랫동안 접하지 않다 보면, ‘거긴 요즘 문 닫았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너무 자주 소식을 올리면 보는 사람도 피로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방향을 잡는 게 어렵죠. 누가 정답을 가지고 해주면 좋을 텐데, 여전히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이 모순 속에서 그는 ‘레스토랑마다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SNS도, 홍보도, 미디어도 결국 레스토랑이 가진 중심을 지키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 컴플레인이 있다면 무조건 레스토랑의 잘못
“레스토랑은 미술관이 아니에요. 대중이 돈을 지불하고 경험하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피드백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는 고객 컴플레인을 절대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하게 여긴다. “때로는 과한 불만도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분명 뭔가 부족했던 거예요. 우리가 전혀 잘못하지 않았는데 고객이 화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저와 팀원들도 사람이라, 때로는 감정적으로 상처 받고 소모되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고치는 게 진짜 발전입니다. 냉정히 보면,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이 반드시 있기에, 그걸 알려주는 사람은 고마운 손님이에요.” 장명식 셰프에게 고객과의 피드백은 ‘양방향 대화’다. 어떤 컴플레인이든, 어떤 칭찬이든, 모든 이야기는 레스토랑을 성장시키는 거울이 된다.
고객과의 소통은 중요한 경영 전략이다. 좋은 평가는 용기를 주고, 불편한 피드백은 방향을 정리한다. 그 모든 감정의 흐름 위에서 레스토랑은 더 정제되어 간다. “서비스직이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오래 남는 경험을 주는 일이에요.”

고객과의 피드백을 ‘양방향 대화’로 여기고, 레스토랑의 성장 동력으로 삼은 장명식 셰프
“정서적으로 오래 가기 위한 나만의 루틴이 필요해요”
셰프라는 직업은 수면 아래서 쉼 없이 움직이는 백조와 닮았다. 테이블 위엔 정제된 요리와 침착한 서비스가 펼쳐지지만, 그 뒤에서는 수십 가지의 변수와 감정, 체력, 인간관계가 격렬히 뒤엉킨다. 파인 다이닝의 정교함은 결국 그 모든 혼돈을 감내하고, 하나로 통제하는 사람의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그 에너지의 중심에, 셰프 자신이 있다.
“하루에 한 시간씩 걷습니다. 몇 달째 계속하고 있어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도는 거죠. 특별한 목적은 없어요. 그저 걷습니다.”
장명식 셰프는 ‘걷기’가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심리적 루틴이라고 말했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반드시 시간을 내어 조용히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비우는 것. 그는 말한다. “이 일을 오래 하려면, 몸과 마음이 평형을 이뤄야 해요. 그 중심이 흔들리면, 결국 요리도 흔들립니다.”
걷는 시간 동안 그는 이따금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작은 장면들을 떠올린다. 손님이 음식에 감탄하던 순간, 직원이 실수로 눈물을 흘렸던 날, 홀 구석에서 홀로 식사하던 단골의 고요한 표정. 그런 장면들을 되새기며 자신이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지를 상기한다.
“정신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직업이잖아요. 매일 똑같은 패턴, 매일 같은 공간. 그런데 걷다 보면 그게 조금씩 다르게 느껴져요. 아주 사소한 것들이 감사해지고, 다시 일할 힘이 생겨요.”
그는 셰프들에게 ‘요리 외적인 취미’를 꼭 가질 것을 권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법. 그것이 셰프라는 고강도 직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이다.

20여 년간 초심을 지키며 서울 파인 다이닝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라미띠에(L’amitié)
유행은 잊힌다, 철학은 남는다
장 셰프는 최근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방문한 현지의 레스토랑들 속에서 그는 하나의 확신을 얻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레스토랑들은 똑같았어요. 좋은 의미에서요.”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오래된 레스토랑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만의 문법이 분명하다는 것. 요리와 서비스, 분위기와 감정의 흐름이 모두 ‘그곳만의 방식’으로 정제되어 있었다. 그는 그 경험을 이렇게 정리한다. “이런 곳들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되, 심장은 잃지 않아요.”
후배 셰프들에게 그는 ‘지금 유행하는 것을 모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요리와 플레이팅 스타일, 재료 구성은 참고할 수 있고,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행하는 것을 손쉽게 자신의 철학으로 삼으려고 하면 탈이 난다.
“자기만의 생각을 갖는 건, 시간이 오래 걸려요.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요. 하지만 결국 그게 셰프로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는 요즘의 셰프들이 더 똑똑하고 더 창의적이며, 훨씬 좋은 환경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유혹과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기도 하다. 트렌드와 콘텐츠, 평점과 노출. 그 모든 것이 성공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향을 잃게 하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조금 뒤처져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본질을 깊게 파고든 사람은 반드시 오래 갑니다.”

장인이 되길 자처하는 장명식 셰프, 그의 철학을 담은 라미띠에는 파인 다이닝의 결정체다.
셰프의 삶은 곧 기다림이다
레스토랑은 결과를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업장이 아니다. 매출은 계절에 따라 흔들릴 수 있고, 트렌드는 매년 바뀌며, 팀원은 때때로 교체된다.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셰프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을 잘 만드는 것’뿐이다. 장 셰프는 그것을 ‘기다림’이라 표현했다.
“어떤 계절에는 실험적인 메뉴가 손님에게 잘 안 먹힐 수도 있어요. 새로운 재료가 어려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것이 언젠가는 누군가의 기억에 남게 됩니다. 그게 요리의 힘이죠.”
기다림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쌓는 일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장을 보고, 팀원과 브리핑을 하고, 작은 디테일을 점검하는 것. 그 모든 습관이 쌓여, 어느 순간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이 된다. 장 셰프에게 파인 다이닝은 정성스럽게 만든 기억이자, 고객에게 진심을 담아내는 가장 정교한 방식 중 하나다. 어렵고, 버거워도 포기할 수 없는 직업. 손님의 웃음, 직원의 성장, 오랜 단골의 따뜻한 시선. 그 모든 것들이 오늘도 주방을 다시 열게 만드는 이유다.
“셰프는 장인이어야 해요.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하죠. 내가 만든 요리가 누군가의 인생 한 장면이 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잖아요. 그때 비로소 우리는 요리사로 존재하는 겁니다.”